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롯데는 유성복합터미널(이하 롯데유성)사업 상수처럼 돼버렸다. 지난 해 최종 협약체결이 무산된 데 이어, 재공모 절차를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새로 선정한 지금도 롯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사업에 대한 롯데 포지셔닝은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선행 공모 때는 롯데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제안을 했다면 이번엔 하주실업이라는 업체를 내세워 롯데쇼핑 등 복수의 유통계열사가 테넌트(임차인)로 참여하기로 했다. 알맹이 사업을 겨냥해 선수를 교체 출전시킨 셈이다.

일련의 경과로 해서 롯데는 실인심했다. 한차례 철수 전력이 있는데도 미련을 못 버린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 방식과 행태를 지적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다만 현 상태에서 절차적 하자가 특정된 것이 없다면 "또 롯데냐"하며 정서적으로 사업 진입을 배척하는 것은 별개로 따질 일이다.

롯데유성 사업이 가능할지는 본계약 연장 시한이 다가오면 드러난다. 우선협상자 측 바람대로 열흘 말미를 주었고 그 사이 롯데쇼핑의 사업참여 확약이 문서로 담보되면 여러 논란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대전시민 입장에서도 롯데쇼핑이 롯데하이마트, 롯데시네마 등과 패키지로 입점하는 그림이 최상에 가깝다. 롯데와 인연을 끊어야 한다거나 끊어도 그만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을 터이나 유성터미널 사업과 관련된 정책 목표를 고려하면 롯데의 브랜드 가치, 기업 경쟁력을 부정하기 어렵다.

편의상 몇 가지 사유를 들 수 있다. 백화점 업계 선두주자 격인 롯데쇼핑은 도시철도 혹은 전철 역과 연계한 유통사업 부문 강자로 간주된다. 수도권 점포 절대 비중이 도시철도 역사를 끼고 있고 부산(3곳), 대구(2곳), 광주(1곳)도 비슷하다. 만일 롯데가 대전 도시철도 1호선 구암역 인근 유성터미널에 둥지를 틀 경우 입지 패턴이 같아진다 할 것이다. 그런 롯데라면 도시철도 역세권 유통업에 관한 노하우를 의심치 않아도 될 법하다. 또 유성은 기존 점포들과의 차별화도 가능해진다. 유성 외삼동(반석역)이 종점인 세종시 BRT(간선급행버스체계)가 터미널 부지까지 연장 개설되면 명칭 그대로 복합환승터미널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어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유성터미널 사업을 두고 시간을 많이 허비했고 여전히 롯데를 `포획`하는 데 애를 태우고 있다. 유관기업들에게 유성 사업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롯데가 사냥을 포기하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는 것도 그래서라고 보면 맞다. 그냥 롯데가 결심하면 편하지만 그 쪽도 사연과 곡절이 없지 않은 처지일 테고 그렇다면 그 쪽 고민을 다소간 거들어주는 액션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뭉칫돈 자본을 투입하고 싶어하는 것을 눈치챘으면 그 다음엔 적절히 정치적 멍석을 깔아주는 식이다.

이런 일을 담당해야 할 주체는 자명하다. 지역이 배출한 정치 자원들이 발벗고 나서야 하며 좀더 일찍 움직였으면 롯데유성 사업 본계약 건은 게임종료됐을지 모른다. 그럼 지금도 늦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그런 틀이 작동될 핍진성은 높지않다. 지역 당면현안 사업을 성사시키려면 관료사회의 행정능력만으론 힘이 부칠 수 있다. 롯데유성 사업도 그 점을 착안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 징후가 알려진 바가 없다. 이는 지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에 속할 뿐 아니라 매사 이 모양이면 땅은 넓고 사람이 북적인다 해도 역내 경제공동체의 허기를 채워줄 재화 및 용역의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충청권은 국가자원 배분이든 기업유치든 번번이 입맛을 다신다. 한마디로 정치적 해결사 본능이 빈곤하다는 뜻이다. 롯데유성 사업 정도 감당 못하는 마당에 총선, 시·도지사 선거를 백날 해 봤자 동네잔치에 그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애먼 쪽이 늘상 실속 챙기는 둔감한 지역정서,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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