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가장 큰 이슈는 첨단 기술을 자랑한 미디어아트와 드론쇼였다. 그동안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로서 개폐막식의 행사는 개최국의 문화와 역사를 자랑하는 예술 공간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개최국은 웅대하고 복잡한 무대장치를 설치하고,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였다. 2008년 북경올림픽 6000억 원,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515억 원, 2012년 런던올림픽 1839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은 개최국의 문화적 긍지를 보여주기 위한 값비싼 비용인 셈이다. 그러나 평창은 달랐다.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같은 우리의 천문과학을 증강현실(AR)로 연출하였고, 1218대와 300대의 드론이 만든 오륜기와 수호랑은 상상력과 첨단기술이 융합한 멋진 스펙터클(장관)이었다. 평창올림픽의 미디어아트는 개폐막식뿐만 아니라 강릉시의 솔향수목원에서 펼쳐진 `청산별곡`, 평창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감자창고나 물레방앗간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한 한편의 갤러리 현장을 만들기도 했다. 북경올림픽의 10%에 지나지 않는 예산으로도 전 세계인에게 강원도 평창은 오랫동안 각인될 것이고, 지역 주민은 자신의 삶이 첨단 연출로 표현되었을 때의 자긍심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올림픽 내내 미디어아트는 과학관 직원으로서 나에게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명색이 과학도시라는 대전에서 과학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를 상시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밤하늘 아래에서 미디어아트로 연출된 대전을 거닐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1박2일 관광 자원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대전을 방문하는 지인들이 대전은 하루면 즐길 수 있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들어왔는데, 미디어아트는 과학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작년부터 국립중앙과학관을 비롯한 3개 국립과학관(부산, 대구, 광주)에서 개최한 `몽골대초원의 동물특별전`은 몽골자연사박물관의 희귀 야생동물 표본을 임대해서 우리의 첨단 ICT전시기법으로 연출한 바 있다. 표본은 많이 훼손되었음에도 과학 데이터와 스토리로 엮은 미디어아트로 재해석되면서 관람객에게 흥미와 감동을 제공할 수 있었다. 어떤 가족은 관람 중에 몽골 관광을 결정할 정도로 미디어전시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결국 앞으로의 전시는 미디어아트와 같은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첨단 전시로 변화할 것이다.
대전에서 가능한 미디어아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적으로 대전에는 다양한 국공사립 박물관과 연구소 등이 있다. 이러한 기관들이 보유한 콘텐츠와 전문인력이 협력한다면 대전의 여러 공간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미디어아트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연구하는 생물학을 바탕으로 한다면 생물 표본과 콘텐츠(이미지, 영상, 음향 등)를 문학과 예술에 접목하고 싶다. `생물과 만나는 문학이야기`, `옛 그림과 옛 글속의 생물이야기` 등으로 선조의 문학과 예술 작품을 정확한 과학 정보를 입혀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다.
대전의 인근 숲 해설로에 증강현실(AR) 기법을 적용한 자연해설로도 가능할 것이다. 막상 숲길에서 만나는 생물은 많지 않다. 숲해설가도 늘 움직이는 대상을 어린이와 함께 끈기 있게 탐색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 조사문헌과 현장에서 어떤 생물이 있는지를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축적된 과학정보와 이미지를 AR로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떤 가족도 숲의 생물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자세히 볼 수 있는 관찰력이야 말로 생물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알 수 있다.
미디어아트는 정밀한 기획과 설계를 통해서 관람자를 쉽게 이해시키고 감동을 주는 직관적인 예술이다. 콘텐츠 공유시대이자 상호 작용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 과학지식을 흥미롭게 향유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는 과학도시로서 대전을 풍요로운 공간으로 재창출 해 줄 것이다. 자연을 품은 미디어아트를 만나고 싶다.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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