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야생동물 서식처 보호를 위한 민·관 협력 불법엽구 수거행사에 참여한 대전·세종·충남 야생생물관리협회 회원들이 충남 공주시 한 야산에서 불법으로 설치된 올무와 창애를 수거하고 있다. 신호철 기자
겨울철 야생동물 서식처 보호를 위한 민·관 협력 불법엽구 수거행사에 참여한 대전·세종·충남 야생생물관리협회 회원들이 충남 공주시 한 야산에서 불법으로 설치된 올무와 창애를 수거하고 있다. 신호철 기자
27일 오후 2시 계룡산 자락인 충남 공주시 신원사 일원에서는 불법 밀렵 도구와의 한판 전쟁이 벌어졌다.

이 날 불법 밀렵도구 수거에 나선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와 금강유역환경청, 야생생물관리협회 등 60여 명은 목장갑과 마대자루를 들고 불법 밀렵 도구 소탕에 분주했다.

이날 불법 밀렵도구 수거가 이뤄진 곳은 계룡산 국립공원 인근 일반 사유림(林)이다. 국립공원은 단속이 자주 이뤄지기 때문에 밀렵꾼들이 일반 사유림을 불법 밀렵의 장소로 택하기 때문이다.

불법 밀렵도구를 찾아 나선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멧돼지용 올무가 발견됐다. 올무는 가늘고 긴 철사를 꼬아 만든 둥근 형태의 올가미 덫으로 잔가지와 마른나무잎 더미 사이에 주로 설치된다.

이철하 금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전문위원은 "전문 밀렵꾼들이 위장을 위해 통나무를 눕혀놓거나 나뭇가지를 겹겹이 쌓아 놓은 후 그 주변에 올무를 설치한다"며 "통행로에 이유 없이 나무가 쌓여있다면 불법 밀렵도구가 설치됐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색 후 20분이 지나자 창애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동그란 모양에 원형 쇠틀로 생긴 창애는 동물이 쇠틀을 밟으면 발을 덮치게 되는 불법 밀렵도구다.

조금만 힘을 가해도 쇠틀이 바로 닫히기 때문에 등산객들에게도 매우 위험한 도구다.

김세형 야생생물관리협회 밀렵감시단원은 "수풀 사이에 설치된 창애는 사람의 뒤꿈치로 살짝만 눌러도 바로 발목을 잡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절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밀렵도구다"고 말했다.

계룡산 인근에서 주로 불법 밀렵되는 동물은 오소리, 고라니, 멧돼지 등이다. 불법 밀렵꾼들에게 포획된 동물들은 보신용으로 은밀히 거래가 이뤄진다.

남병언 금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은 "멧돼지 쓸개가 보신용으로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포획꾼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며 "인간의 욕심으로 이 같은 환경파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수거 작전에는 올무 16개, 창애 2개 등 불법 밀렵도구 18개가 수거됐다. 금강유역환경청은 매년 12월부터 2월까지 밀렵행위 특별단속기간을 통해 불법 밀렵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문위원은 "매년 단속을 실시하지만 밀렵꾼들의 수법과 도구가 모두 진화하고 있다"며 "등산객들도 산행 시 불법 밀렵도구를 발견하거나 설치 장면을 목격한다면 인근 기관으로 신고해 소중한 자연환경을 보호하는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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