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 여사
사진=충남대 제공
이영숙 여사 사진=충남대 제공
"기구하게 살아온 제 인생의 마지막을 충남대에 기록하고 싶었어요."

이영숙 여사(68·사진)가 평생을 모은 전재산 11억 원을 충남대에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여사는 27일 총장실에서 열린 발전기금 전달식에서 5억원 상당의 건물 2채(대전 동구 소재)와 예금, 적금, 보험 등 6억 원 상당의 현금을 기부했다.

부동산은 이미 이달 초 소유권 등기를 충남대에 이전했으며, 예금과 보험 등 현금 자산은 해지절차를 거쳐 기부할 계획이다.

이 여사는 칠십 평생 기구한 삶을 살았다. 10대의 나이에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는 출산 후 후유증으로 돌아가셨고, 배 다른 형제들과 함께 사는 일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모진 구박과 폭력으로부터 살기위해 집을 나왔고, 17세부터 식모살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결혼도 하고 1남 1녀의 자식도 낳았지만 남편의 무능력과 집안의 갈등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혼자의 몸이 된 이 여사의 손에는 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생활을 위해서 분식집, 칼국수 집 등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이 여사는 수년 전 식도암, 최근에는 폐 관련 질환까지 생겼다.

가혹하기만 한 인생이 억울할 법도 하지만 이 여사는 자신의 재산을 기부할 곳을 찾는 등 차근차근 인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뉴스도 찾아보고, 주변의 이야기도 들은 이 여사는 비록 배움은 짧았지만 충남대에 자신의 전 재산을 맡겨도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영숙 여사는 "태어난 것 자체가 비극이라고 생각하면서 평생을 살았고, 배움에 대한 갈망도 많았지만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며 "평생 모은 재산이 충남대 학생들에게 전해져 제 이름이나마 남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대는 `이영숙 장학기금`을 만들어 재학생들을 위해 쓸 예정이다. 또 현재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이 여사의 병원비를 포함해 향후 장례절차까지 책임질 계획이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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