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정활동을 위해 농촌마을 다니다 보면 사라져 가는 모습과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있다. 우선 시골마을에 아이들을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맘때면 동네 어귀 논에서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 동네 뒷산에서는 하루 종일 눈썰매를 타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어느 시골마을이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볕 잘 드는 동네 공터에도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이 뛰놀던 공터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시골 청년회의 회원들이 전부 50-60대 노인들뿐이다. 누군가 100세 시대에 60은 청춘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사회통념상 60대 이상이라면 노인 쪽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70대 노인이 노인회의 막내 축에 속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율이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를 거쳐 올해 고령률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든다고 한다. 더욱이 2025년에는 고령화율이 20% 이상 되는 초고령화 사회를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농촌의 경우 이미 2015년 65세 이상이 농가인구의 38.4%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상태라 할 수 있다.

70 먹은 할아버지가 경운기 운전을 하고 80 먹은 할머니가 밭일을 하는 모습은 우리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돼버린 지 오래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귀농귀촌이 마치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현상도 실상을 보면 농촌에서 그렇게 반길 만한 현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귀농귀촌의 대상이 대부분 사회에서 은퇴하고 노년을 번잡한 도시보다 시골에서 소일거리나 찾으며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부에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귀농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 또한 좋은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령화돼가는 농촌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정녕 방법은 없는 것일까.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으니 젊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정책을 지원해서 그 사람들을 농촌에 잡아 놓겠다는 생각은 그리 올바른 생각은 아닌 듯하다. 농촌의 고령화 사회는 그리 바람직 한 것은 아니지만 노령화로 인해 농촌이 잘 안 된다는 논리는 동의할 수 없다.

현재의 농촌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로 인한 농가 수익이 적다는 것이 고령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렇다면 농촌의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늘린다면 고령사회라 하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4차 산업을 빨리 농업과 연계해 농촌 일손을 덜어 줘야 할 것이다.

또 우리 농협에서는 농가 소득 5000만 시대를 위해 각 농협 별 사업을 발굴하고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정책을 단순히 농협에 맡길 것이 아니라 그 주도적인 역할을 정부에서 담당해 준다면 다양한 귀농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고령농업인 지원 사업을 펼쳐야 한다.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농촌을 젊게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농업인의 소득이 도시근로자의 소득과 견주어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면 빡빡한 도시생활보다는 아직까지 정이 넘치는 농촌을 찾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늘어 날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농촌으로 도시인구가 유입되게 하고 우리 농촌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농촌을 찾고 농업에서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농업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농촌에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는 그날이 꼭 오기를 기대해 본다. 강병석 남대전농업협동조합 조합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