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추진 중인 감사관 사무실의 CCTV(폐쇄회로) 설치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도입 명분으로 시설물 보호 등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부작용과 역기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시 본청에 직접 설치한 CCTV는 로비와 복도, 주차장 등에 총 77대지만 사무실 내부에는 한 대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시는 지난 14일부터 3월 5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를 거쳐 시 본청 4층 감사관실 내부에 200만 원을 들여 CCTV 1대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사관실에 민원인들 왕래가 많아지면서 발생할지 모를 분란이나 물리적 충돌 때 시시비비를 분명히 하고 시설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취지라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감사관실을 찾는 민원인을 비롯한 시민들을 말썽꾼인양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아닌 지부터 걱정스럽다. 시설물 관리 때문이라면 사무실마다 CCTV를 돌려야 맞다. 독립성이 최우선시 되는 감사관실은 익명성이 보장돼야 마땅하다. CCTV 설치는 결국 누군가가 들여다보겠다는 걸 전제로 하지 않나. 사생활 침해도 그러려니와 공무원 내부 단속용으로 통제와 감시를 하겠다는 발상이라면 시대착오다. 나아가 감사관실 방문자의 신상이 CCTV로 뻔히 드러날 텐 데 어떤 시민이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마음 놓고 방문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시는 CCTV 설치를 추진하면서 다른 기관 사례에 대해선 눈을 감은 모양이다. 충남도 감사위원회나 아산시 감사위원회는 사무실에 CCTV가 없다. 천안서북서 등 일선 경찰서도 청문감사관실이 있지만 내부에 CCTV는 설치돼 있지 않다. 익명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감사 공간의 독립성을 높이고,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감사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크고, 인권침해적 요소가 농후한 CCTV 설치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 보인다. 충남도나 아산시처럼 감사관실을 독립기구화 하는 등의 방안으로 위상 강화에 나서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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