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한국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다. 그동안 묵인돼 왔던 잘못된 관행들이 이 운동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이 사회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사회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새로운 방법이 되고 있다. 성 문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간과해서는 안될 인간존엄성이 결부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자칫 피해를 호소해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조직 혹은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미투운동이 펼쳐지지 전까지 한국사회 내 성추행 및 성폭행은 스스로 감내해야 할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미투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사회 밑에 숨겨져 있던 민낯이 거의 전 영역에 걸쳐 봇물 터지듯 나타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성 문제를 놓고 시민, 단체, 청년들의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청주대학교 교수로 지냈던 유명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논란은 학문을 매개로 한 교수와 제자관계가 아닌 얽히고 얽힌 한국사회 갑과 을 지배구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학업을 배우며 미래를 꿈꿔왔던 학생들은 교수의 호출을 받고 오피스텔로 불려가야 했다. 학생들은 공연무대에서의 등장인물이 아닌 한 교수의 삶에 희생되는 조연에 불과했다. 촘촘하게 쌓인 계급사회를 반영하듯 조민기의 검은 언행으로 상아탑에서의 학생들은 사회진출 전 `희망`보다는 `절망`을 미리 경험했다. 미투운동으로 시작된 성 피해고백은 유교 가부장 문화가 익숙한 남성위주의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사회적 이슈로만 거론되고 있을 뿐 성 피해관련 예방은 물론 치료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거의 전무하다는 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문화계를 비롯한 모든 사회영역에서의 여성들의 온라인 폭로가 한국판 미투고백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모든 권력관계 속에서 표출되기 어려웠던 성 비위가 문제가 어렵게 터져 나온 만큼 철저한 조사와 이에 따른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 역시 강구돼야 한다. 미투고백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사회문제다. 이젠 성 피해에 적극 대응하고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김대호 지방부 청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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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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