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의 평창 동계올림픽은 매번 긴장 넘치는 스릴의 연속이다. 어떤 종목은 천분의 일초까지 계수하며 순위가 갈리니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이다. 특히나 메달 결정권에 있을 때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 내가 보면 왠지 질 것 같은 불길함도 있지만 그 보다는 찰나의 순간에 승부를 가리는 자리에 선 사람의 입장이 너무나 와 닿기 때문이다. 연주건 경기건, 평소 연습 때 잘하다가도 실전에서 실수 한번이면 순위권 밖은 물론 중도포기까지 고민할 만큼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그러니 집중력과 순발력이 얼마나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운동선수들과 예술가들은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고 여길 법도 하다.
몇 년전 흥미로운 추적조사 발표가 있었는데 학생들을 러닝머신에서 5분간의 과정을 조사한 후, 대상자들의 40년 후의 생활만족도와 수준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IQ나 재능의 여부보다는, 체력의 한계가 왔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단 몇 발짝이라도 더 뛰었던 `그릿(Grit)` 점수가 높았던 사람들이 나중에 생활만족도와 소득지표 상위권에 들었다는 것이다.
재능의 뒷받침 여부를 논하기 이전에 가장 중요한 `기본`은 반복연습으로 얻어지는 `항상성`과 근성이다, 실전에서 얼마나 떨리고 불안하겠으며, 하필 결전 당일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거나 조그마한 돌발변수에 흔들리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컨디션 난조나 부상으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한순간이고, 몇 년을 노력했어도 대회나 콩쿨에서 주어진 5분 남짓이라는 시간은 어찌 보면 참 가혹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실전의 긴장과 불확실성의 확률을 낮추기 위해 무수한 반복연습을 해나가며 연습과 실전의 간극을 좁혀간다. 더불어 철저히 통제된 자기관리와 함께.
몇 년전 피겨 퀸 김연아의 스핀을 연습과 실전의 모습을 비교하며 붙여놓은 영상을 보았다. 발끝 들려있는 스케이트날의 각도와 회전 속도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반복연습을 하며 눈물이 서려있을지가 보여 가슴이 울컥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녀가 고된 훈련을 거치며 때론 포기하고 싶은 시간을 겪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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