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대표단이 방한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오늘부터 3박4일간의 일정을 갖는다. 북한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25일부터 2박3일간 남한을 찾는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간 예정됐던 10일 회동이 막판 무산된데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은 차에 양측의 고위급이 다시 평창을 찾는 것은 고무적이다. 직접 대면 여부와 관계없이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신호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방카는 공식적인 직위와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측근 참모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메시지를 갖고 올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아직은 북한 대표단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펜스 부통령의 행보에서 보았듯 속내는 알 수 없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물밑에서 대화를 모색했던 것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접촉에 보다 적극적이다. 펜스와 회동을 막판에 거부했지만 만남을 먼저 원했던 것은 북한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폐막식을 전후해 양측이 어떤 자세로 나올지 초미의 관심이다.

물론 북미 접촉이 대화로 이어진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선 양측의 지향점이 너무 다르다. 그러나 만남이 이어지고 대화가 진전되다보면 궁극적으로 핵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단 양측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서둘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방카와 만찬회동을 가진 뒤 북한 대표단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는 알 수 없지만 한반도 평화가 주제가 될 것만은 확실하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