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반전 모멘텀 없이는 국회 개헌안 발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줄곧 지방선거와 개헌안 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지방선거와 분리해 10월 개헌 투표 카드를 내밀고 있다. 개헌안 내용물에 집중하기는커녕 국민투표 시기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면 국회발 개헌안 발의는 사실상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헌안에 합의를 못하면 시기를 놓칠 것이고 자연히 개헌 발의권도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

국회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청와대도 다소 조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현실적인 개헌안 준비"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비서실장도 개헌 동시 투표가 국민과의 약속임을 강조하며 정치권을 상대로 에둘러 신호를 보내고 있는 데에서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도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 카드를 쥐고 있기는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한 이를테면 자구책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듯 지금의 개헌정국은 민주당과 한국당 갈등구도를 축으로 청와대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개정안을 다듬는 별도의 갈래가 엉켜있는 것으로 정리된다. 사정이 안 좋아도 여야 합의의 개헌안 도출 및 발의, 그리고 본회의 처리 이후 국민투표 등 일련의 과정에서 국회가 중심이 돼야 마땅하다. 다만 거대 양당의 힘 대결 국면에서 이 개헌 축이 온전히 작동하기가 여의치 않은 현실이고 이럴 때일수록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이 균형자로서 적극적으로 개헌논의에 개입하고 나설 필요가 있다.

바른미래당은 어제 의총에서 개헌투표 동시 실시에 대해 소속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시기 논란과 관련해 여당과 같은 입장이라는 얘기다. 바른미래당이 여기서 멈추게 되면 별무소용이다. 한국당을 견인하려면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길도 탐색해보고 난 후 여당과 한국당의 연결점들을 포착해 엮어내야 한다. 그러면 국회 개헌 출구는 열리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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