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행정수도를 열망하는 지역의 분위기는 부쩍 좋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가균형발전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을 방문했으며, 행정안전부는 다음 달 행안부와 과기정통부의 이전을 위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을 관보에 고시한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안부와 과기정통부의 세종시 이전은 내년까지는 이뤄진다. 당장은 민간 건물을 임대해 사용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청사를 건립해 정부세종청사의 부처들과 함께 전면 재배치 한다.
행정수도 골든타임 이미 시작
모처럼 행정수도 개헌과 관련한 정부와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헌법 제 3조와 4조 사이에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를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정부의 개헌안도 여론수렴을 거쳐 조만간 대통령에게 보고 된다. 자유한국당의 개헌안도 의견수렴을 통해 다음달 중순 전후로 발표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이 아직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충청권에서 만큼은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다. 앞으로 한달간이 지방분권과 연계한 행정수도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행정수도 개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 이미 시작됐으며, 그 결정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쯤 해서 세종시에 중앙부처 대부분이 위치해 있는데 왜 굳이 행정수도 명문화가 필요한 지 돌아보게 한다.
세종시는 당초 신행정수도로 건설될 예정이었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반토막이 났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행정수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행정수도와 마찬가지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의해 탄생했다.
하지만 행정수도와 행복도시는 문패하나 바뀌었을 뿐인 것 같지만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행복도시는 정부기관의 60% 이상이 위치해 외형상 행정수도나 다름없지만 당초 목적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행복도시 개발은 이미 착공 10년이 지났고, 2단계 개발이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국토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정운영이 여전히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고 단순히 정부부처를 옮겨 오는 정도에 그치다 보니 반쪽 짜리 도시라는 말까지 나온다. 행복도시 건설이 본격 추진되고 있지만 수도권 블랙홀은 멈추지 않아 지방의 상대적 박탈감도 여전하다.
새로운 국가발전의 상징도시
이렇듯 행복도시 10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아무래도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이름으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견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행정수도 명문화가 되지 않고서는 그저 그런 행정타운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만족해서는 안되며, 반드시 행정수도를 헌법에 명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행정수도 세종시를 헌법에 명시하게 되면, 세종시는 헌법적으로 확정된 새로운 국가발전의 상징이 된다. 서울이 전통적인 수도의 개념이라면 세종시는 새로운 시대, 즉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시대에 맞는 수도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행정수도 세종시가 헌법에 명문화되면 세종시는 헌법적 가치를 지닌 새로운 국가 모델의 상징이 된다. 세종시의 정체성이 더욱 분명해 지고, 국회분원이나 또는 본원이 세종시로 오는 것도 손쉬워 진다. 이를 통해 세종시는 새로운 국가적 통합의 상징도시, 분권 시대의 상징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한국 특유의 중앙집권구조가 중앙과 지방이 균등한 구조로 변하고, 국정운영시스템도 중앙 일변도에서 탈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행정수도로 나아가느냐 행정타운으로 퇴보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혜안을 기대해 본다.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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