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현씨 KAIST 전기·전자공학부 박사 졸업

오태현 박사.
오태현 박사.
"주어진 환경에 대한 원망이 많았어요. 하지만 불평하고 멈춰서는 대신 그 환경을 정복하고 이겨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극복해낼 수 있는 한계를 넓혀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잡초정신이라고 할까요?"

고등학교 자퇴 후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한 경력을 지닌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오태현(31) 박사과정 졸업생의 말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던 시기에 중학생이었던 오 씨는 실직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는 홀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빠른 취업이 보장되는 전산계통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가족을 떠나 타지에서 시작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런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원망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작용해 입학 후 1년여 만에 자퇴를 선택했다.

이후 생계에 보탬이 되려고 정비소에 취직했지만, 자퇴생이라는 딱지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으로 사회에 비쳐졌다.

"자녀에게 너도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커서 저렇게 된다며 가르치는 손님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 이런 아픔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오씨는 말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 시험을 치렀으나 한 번 손에서 놓았던 공부가 쉽지는 않았다. 500점 만점에 200점이 안 되는 점수를 받고 대학 입시에 떨어졌다.

다시 1년을 노력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광운대)에 진학했다. 군 장학생 제도를 통해 등록금을 충당하고 졸업 후 직장을 갖기 위한 징검다리라 생각하며 입학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꼈다. 졸업평점이 4.5만점에 4.43을 기록했다.

2010년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한 오 박사는 7년간의 석·박사 과정 동안 교내 연구실적 평가 최우수상,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상 금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201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연구소 펠로우십(Microsoft Research Asia Fellowship,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 지역의 우수한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장학생)`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발되기도 했다.

컴퓨터비전(카메라, 스캐너 등의 시각(vision) 매체를 통해 입력한 영상을 컴퓨터가 인지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분야를 전공하는 그는 현재 MIT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 Post-Doc)으로 위촉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연구와 IT 산업의 경험을 두루 쌓고 싶다는 오 박사의 최종적인 목표는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겪어온 다양한 경험과 감정들, 심지어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까지도 제 삶을 전진시키는 추진력이 되어줬다"며 "부단히 발전하고 성장한 후에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늘 무한한 지원과 믿음을 보내준 어머니, KAIST 입학이라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주신 지도 교수님과 여러 분의 공동지도 교수님, 함께 연구했던 동료들 그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셨던 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졸업 소감을 말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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