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안나카레리나 내달 2-4일 대전예당 아트홀

안나카레리나 무대
안나카레리나 무대
"신사 숙녀 여러분, 규칙을 지키세요. 그래야 신의 심판을 피할 수 있습니다."

시계태엽처럼 맞물린 기차의 바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정해진 선로를 이탈하면 삶이 위험해질 것을 경고하지만 폭주하는 기차에 오르면 중간에 내릴 수 없듯 주인공 안나는 갑자기 찾아든 사랑도, 그로 인한 죽음도 피하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다. 유독 길었던 겨울의 끝에서 가장 뜨거운 러브스토리가 찾아온다.

한국 최초이자 전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되는 뮤지컬 `안나 카레리나`가 내달 2일부터 4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막을 올린다.

`안나 카레리나`는 극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와 다양한 매력을 지닌 등장인물들로 영화나 드라마, 공연으로 빈번하게 재해석되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걸작이다. 톨스토이 스스로 `나의 진정한 첫 소설`이라 말할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투영했고, 시대를 관통하는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이 작품은 러시아 4대 음유시인인 율리 킴의 철학적인 가사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뮤지컬로 만나는 이번 공연은 시아의 유명 뮤지컬 프로덕션 모스크바 오페레타 시어터가 2016년 러시아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러시아 뮤지컬의 흥행 역사를 쓴 최신작이다.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 안무가 이리나 코르네예바 등을 비롯한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박칼린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해 `러시아 고전의 가장 러시아적 해석`이란 콘셉트로 장대한 스토리를 압축, 안나의 폭풍 같은 격정을 그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전발레와 문학, 클래식음악의 중추인 나라답게 매혹적인 러시아의 겨울을 풍부하게 무대로 옮겨왔다. 눈 내리는 모스크바의 스키장, 화려한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무도회장, 별처럼 눈이 쏟아지는 기차역, 황금빛으로 빛나는 광활한 대지 등 거대한 LED 스크린을 통해 구현한 다채로운 장면은 관객들을 19세기 러시아의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특히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극의 주제를 상징하는 2.5m에 달하는 거대한 기차세트는 압도적이다. 고풍스러운 200여 벌의 의상, 우아한 발레, 실제 스케이트장을 방불케 하는 무대 연출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화려한 무대, 탄탄한 연출진과 더불어 캐스팅만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은 주인공 안나 역에 옥주현과 정선아가 관객 앞에 선다.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연기로 사랑과 불안, 절망에 휩싸이는 안나의 비국적 운명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매력적인 외모의 젊은 장교로 안나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브론스키 역에는 이지훈과 민우혁이, 러시아 정계의 고위관료로서 명예를 중시하는 카레닌 역에는 서범석이 함께해 작품을 든든하게 받친다. 특히 극 후반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패티`역으로 소프라노 강혜정, 김순영, 이지혜가 무대에 올라 선사하는 강렬한 아리아는 노래의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안나의 외로운 고통의 정점을 그린 장면으로 역동적이고 화려한 넘버들로 가득한 이 공연 안에서도 기억될 하이라이트다.

러시아 행 기차에 올라타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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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스키_이지훈
브론스키_이지훈
브론스키_민우혁
브론스키_민우혁
안나_정선아
안나_정선아
안나_옥주현
안나_옥주현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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