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대중교통 편의 향상을 위해 시내버스 유개 승강장을 확충했지만 시설의 상당수가 교통약자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천안의 무장애운동 단체인 `베이어프리`는 천안지역 시내버스 승강장 모니터링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한뼘인권행동과 천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평화캠프 등 6개 단체로 이뤄진 `베리어 프리`는 지난해 연말 천안시가 새로 설치한 시내버스 유개승강장 72개소 가운데 60개소를 2017년 12월 19일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모니터링 했다. 조사 결과 3m 표준형으로 설치된 승강장 20개소는 개구부 폭이 60-70㎝에 불과해 체격이 큰 사람이나 짐을 든 보행자,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용에 불편했다.

일부 승강장은 설치 위치도 부적정 했다. 하나의 개구부를 도로쪽에 둔 승강장이 13개소에 달해 시내버스 승·하차시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을 유발하고 하차시 가로수 및 안전펜스에 의해 각종 안전사고 우려를 낳았다. 승강장 설치로 보도 폭이 법적 기준보다 좁아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보도폭은 최소 2m 이상이어야 하지만 불당동 일부 지역은 90㎝에 불과한데다 승강장까지 들어서 보행자와 승강장 이용 교통약자 모두 불편이 불가피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은 휠체어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시내버스 승강장과 도로경계석 및 인접시설물과 폭을 최소 9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30개 승강장은 법적 기준에 못 미쳤다. 13개 승강장은 시각장애인 유도블럭이 40㎝ 이내 설치돼 장애인과 승강장의 충돌 위험을 안고 있었다.

베리어 프리 참여 단체인 천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김우수 사무국장은 "천안시에 시내버스 승강장 설치 및 이전, 개·보수시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부서간 협업도 부족해 함량미달의 승강장이 버젓이 설치됐다"고 말했다.

이에 천안시 교통과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시내버스 승강장 설치가 미흡했다"며 "문제가 된 승강장들은 정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시는 최근 `범죄예방과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자체개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교통약자 등을 위한 시내버스 승강장 설치 기준도 포함됐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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