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의 광역·기초의원 정수 및 선거구 획정이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다. 국회 헌정특위가 이를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행을 겪던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돼 어제 본회의가 열렸지만 선거법 개정안은 결국 상정되지 못했다. 다음달 2일이면 광역의원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지만 여야의 의견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는 광역의원 출마예정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의 선거구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등록부터 해야 하는 황당한 장면 연출이 불가피할 것 같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한 여야 간 쟁점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현재 789명에 이르는 광역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를 몇 명 늘리고 지역별로 어떻게 배분할 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르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여야로서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졸속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정치적 득실에 따른 게리맨더링도 배제할 수 없다. 출마예정자들도 당장 비상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전화 등을 통한 제한된 범위나마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선거구를 정확히 알지 못해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치 신인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자신을 알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13일까지인 선거구 획정 시한은 이미 두 달을 훌쩍 넘겼다. 이는 2010년과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입법기관이 법을 위배하고도 책임을 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러니 누구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국회는 선거법 개정에 주력하기 바란다. 2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8일에는 반드시 처리한다는 각오로 속도를 내라는 것이다. 국회가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고 선거의 혼란을 부채질한다면 이를 좌시할 국민은 많지 않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