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정부의 직접적 소통 창구로 호응을 얻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갈수록 포퓰리즘을 등에 입은 `여론몰이판`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루만에 20만 명의 추천을 얻 청원글이 등장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문을 연 이래 최단기간 20만 명 돌파 글이다.

해당 글은 지난 19일 오후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서 논란에 휩싸인 김보름·박지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와 빙상연맹 관련 청원이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의 제목으로 글을 올린 청원자는 "인성이 결여된 자들이 국가의 올림픽 대표 선수라는 것은 명백한 국가 망신"이라며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올림픽 등 국제 대회 출전 정지를 청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빙상연맹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밝혀내 개혁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이 글은 이날 등록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청원 충족 기준인 20만 명을 채웠다. 이전까지 최단기간 내 2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해 달라는 청원 글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국민 소통 창구의 역할 효과보다는 감정을 배출하는 `진흙탕판`으로 변색됐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대전 중학생 청테이프 폭행 사건 등으로 `청소년보호법 폐지`나 대전발 청원 1호인 `아파트 단지내 횡단보도에도 도로교통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글 등 법의 사각지대를 지적, 보완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직접 민주주의의의 순기능 장으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 3학년생들에게 치킨을 사달라는 황당한 청원글이나 개인적 감정이 다분히 들어간 글이 속속 등장하면서 포퓰리즘을 오용하고 여론몰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 최 모(26)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그 전까지 정부에 의견을 직접적으로 개진할 수 없었던 점을 개선했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인의 감정대로 글을 올려 여론몰이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영채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 온라인 청원 게시판은 국민에게 법치주의 가치를 일깨우는 한편 국민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되지만 중앙에만 청원이 집중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송충원 기자·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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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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