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흐르는 그곳 골목길] 대전 유성구 봉명동 카페거리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
사진=세븐펙토리 제공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 사진=세븐펙토리 제공
불빛이 켜지고 사람들이 한두명 모여들기 시작한다. 젊음을 즐기고 분위기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겹다. 반짝이고 북적거리는 거리 속에서 사람들은 고된 하루를 잊고 회포를 푼다. 먹거리와 마실거리가 넘쳐나는 이곳 바로 대전 유성구 봉명동 카페거리다. 유성구 동쪽에 위치한 봉명동은 온천1동 1000번지 이하를 포함하는 법정동이다. 동쪽으로는 서구 월평동, 갈마동과 접하고 서쪽으로 구암동, 상대동 북쪽으로는 장대동, 어은동과 경계를 나누는 동네다. 2181㎡ 면적을 가진 작은 동네지만 최근에는 대전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가장 `핫`한 곳으로 떠올랐다.

◇온천에서 카페로 부활한 봉명지구=봉명동 638·639 일원 홈플러스 대전유성점부터 온천교까지 총 길이 920m 구간의 봉명지구는 삼삼오오 모여든 카페와 음식점들로 명물거리가 됐다. 원래 이 일대는 온천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면서 차츰 변두리 지역으로 시가지가 확장된 곳이다. 유성온천이라는 관광특구 영향으로 모습을 갖추긴 했지만 봉명지구는 1990년대까지 들과 공터로 이뤄진 나대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8년 대전시가 50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맞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에는 이른바 `러브호텔`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환락가로 변할 위기에 처했으나 2003년 이후 유성구가 봉명지구 내 숙박시설 불허가 처분을 내는 등 도시계획 정비에 들어가며 주상복합건물과 사무실, 점포, 식당 등이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러브호텔촌`이라는 그림자를 뒤로한 채 근린·주거 복합지역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3년 사이에는 인접 대학(충남대, KAIST, 목원대 등)의 젊은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밀집하면서 신 상권으로 떠올랐다.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조형물과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카페·이탈리안 레스토랑 등이 하나둘씩 문을 열면서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새로운 문화복합공간으로 떠올랐다.

◇분위기를 마시는 공간, 카페=겨울의 동장군이 주춤하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 18일 저녁 봉명동 카페 거리를 찾았다. 설날 연휴가 끝나는 날이었지만 마지막 휴일까지 즐기려는 사람들로 거리는 왁자지껄 했다. 충남대학교 정문에서 조금 걸어나와 온천교 사거리부터 시작되는 카페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뛰는 곳은 단연 오피스텔 15층에 자리한 한 카페다. 빌딩 꼭대기에 자리해 위치부터 눈에 뛰지만 옆으로 열리는 신기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성구 일대가 한 눈에 보이는 야경이 먼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아기자기한 소품보다는 시원시원한 인테리어가 카페거리의 시작을 알린다. 통유리로 된 벽을 통하면 저 멀리 장대동부터 봉명동 그리고 노은동까지 유성구의 절반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노트북으로 일이나 공부를 하는 손님부터 연인, 친구들 끼리 수다를 떠는 손님까지 카페를 즐기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코워킹 스페이스부터 다양한 파티공간으로도 활용되는 이 카페는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 맛과 멋을 즐기기 위해 카페거리에서 가장 먼저 들려야 할 곳이 됐다. 20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만큼 카페는 다양한 장소로도 변모한다. 거리의 버스킹 밴드가 공연을 하기도 하고 소규모 클럽파티가 열린다. 오는 22일부터 2주 동안 젊은 창업가들의 푸드트럭 음식들이 한데 모이는 포장마차 파티도 열린다. 추운 겨울 장사를 걱정해야 할 젊은 창업가들을 위해 생각한 이 카페 대표의 아이디어다. 권영효 대표는 "이제 사람들에게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분위기를 마시는 공간으로 인식된다"며 "카페는 여러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인 만큼 새로운 가치와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신선한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카페를 나와 사거리를 건너면 6층짜리 복합쇼핑문화공간이 사람들을 맞는다. 락볼링장부터 카페, 서점, 음식점까지 취미와 휴식까지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단연 인근 대학생들이다. 궁동과 어은동 등 인근 대학생들이 모여들었던 공간들이 하나둘 쇠퇴기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을 찾는 대학생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특히 인근 대형서점이 없어 불편함을 겪었던 대학생들에게는 편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대학생 김유란(23)씨는 "학교 근처에 카페부터 서점까지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공강 시간 마다 친구들과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공간을 가면서 여러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일명 `우산거리`. 머리 위로 달린 알록달록한 색깔의 우산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우산거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음식점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 찬다. 퇴근 후 저녁이나 주말이면 일상의 피로를 풀고 싶은 젊은 직장인들의 약속장소로 유명하다. 특히 세종시가 커지면서 거리가 가깝고 BRT로 대중교통이 편리한 이 일대가 회식장소로 더욱 인기를 얻게 됐다. 우산거리를 중심으로 카페거리의 명성에 맞게 크고 작은 카페들이 모여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친구들의 약속 장소로 사람들은 이곳에서 분위기를 먹고 마신다.

하지만 봉명동 카페거리의 인기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가게들의 매출이 오르면서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이곳에 문을 열었던 카페들도 높아진 자리 값을 이기지 못하고 가게 이전을 고민한다. 새로운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지역이나 상권이 활성화돼 주목받은 이후 원주민이나 상인이 임대료 상승에 밀려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3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해도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서 낮은 땅값에 카페를 열 수 있었는데 지금 수익률로는 카페를 운영하기 힘들 상황"이라며 "주변 카페들도 임대료 때문에 새로운 장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주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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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
사진=세븐펙토리 제공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 사진=세븐펙토리 제공
대전 유성구 봉명동 카페거리에 자리한 한 카페에서 보이는 봉명동 야경의 모습.
사진=세븐펙토리 제공
대전 유성구 봉명동 카페거리에 자리한 한 카페에서 보이는 봉명동 야경의 모습. 사진=세븐펙토리 제공
대전 유성구 봉명동 카페거리의 카페들이 젊은층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 신흥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주예지기자
대전 유성구 봉명동 카페거리의 카페들이 젊은층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 신흥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주예지기자
대전 유성구 봉명동 카페거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주예지기자
대전 유성구 봉명동 카페거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주예지기자
대전 봉명지구의 우산거리가 사람들을 맞이 하고 있다. 
사진=유성구청 제공
대전 봉명지구의 우산거리가 사람들을 맞이 하고 있다. 사진=유성구청 제공
대전 봉명지구의 우산거리가 사람들을 맞이 하고 있다. 
사진=유성구청 제공
대전 봉명지구의 우산거리가 사람들을 맞이 하고 있다. 사진=유성구청 제공

주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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