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아산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한 A(59·여)씨의 하소연이다. A씨의 근로계약서에는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4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명시됐다. 실제는 달랐다. 간호사 등 다른 인력이 전무한 야간은 각 층별로 2명씩 배치된 요양보호사들이 40-60명의 입소자들을 돌봐야 했다. 요양보호사가 2개 조로 나눠 4시간씩 교대로 수면을 취하면 요양보호사 1인당 돌봐야 할 입소자수가 20-30명으로 상시보호가 불가능하고 석션기 이용 등 간호행위도 담당해야 해 A씨는 휴게시간 4시간 내내 대기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했다.
지난해 1월 새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야간취침 및 휴게시간이 24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4-5시간(취침가능), 아침식사와 저녁식사 휴게는 오전 7시와 오후 6시 각각 45분간으로 변경됐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A씨는 야간취침 및 휴게시간 6시간 내내 대기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했다. 다른 요양보호사들도 저녁 및 아침식사 휴게시 입소자들 상시 보호를 위해 2개 조로 나눠 20-25분씩 교대로 식사하고 나머지 휴게 시간 20-25분은 일을 해야만 했다.
A씨 등 해당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했던 요양보호사 4명은 요양시설 운영자인 B의료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야간수면시간과 식사시간에 대해 공제한 임금을 지급해 달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야간수면시간 전부와 식사시간 일부를 대기시간으로 판단, 지난 19일 `체불임금등·사업주확인서`를 발급했다.
진정사건을 대리한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의 김민호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진정단계에서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야간수면시간 `전부`를 대기시간으로 판단한 전국 최초의 사례"라며 "법원에 이어 고용노동부도 요양시설들의 휴게시간 임금공제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고용노동부 판단으로 A씨는 수년간 받지 못한 야간노동 임금 4000여만 원을 뒤늦게 받게 됐다.
공공운수노조 돌봄지부 관계자는 "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 등으로 일하며 야간수면시간과 식사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대기하면서 일을 하고도 임금을 공제당한 이들이 상당수"라며 "돌봄노동자들의 야간수면시간 및 식사시간에 관한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B의료재단은 요양보호사들이 오전, 오후 휴게를 짬짬이 취할 수 있었고 야간근무시 사실상 취침을 취하는 등 휴게시간을 향유할 수 있었다며 요양보호사들 주장을 반박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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