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 라는 말이 생겼다. 인류가 100세를 사는 시대가 오는데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급변하는 초유의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를 예측했던 `해리 덴트 (Harry Dent)`가 2014년 `인구절벽(The Demographic Cliff)` 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주요 국가 100년 간의 인구변화를 근거로 2018년 인구절벽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생산인구가 2012년부터 감소해 수십 년 간 지속되고, 한국의 소비흐름은 2010년 정점에 이른 후 2018년까지 정체하다 급격히 하락한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의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 한국의 15-64세 생산가능 인구는 2021년까지 46만 300명이 줄고 2026년까지 218만 3000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덕특구 연구자 중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많다. 일찍 출범한 표준과학연구원은 33%, 원자력연구원은 32.8%, 화학연구원은 31% 순으로 베이비붐 비중이 높고 대부분 20% 내외다. 은퇴 연구자들은 타 직군의 베이비부머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책이 없다. 아니 타 직군보다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과학자의 은퇴가 아름답지 못하면 젊은이들의 과학기술계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직관적으로 봐도 은퇴 과학자는 다른 분야 은퇴자에 비해 경쟁력이 약해 보인다. 그동안 모든 일을 큰 조직의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정부에서는 2014년 `과학기술인 종합지원계획`을 수립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실행방안으로 과학기술연금 확대, 과학기술인 인프라확충, 퇴직 후 사회적 활동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후속조치로 `과학기술인 복지콤플렉스`, `사이언스 빌리지` 등 인프라를 건설 중이고 나머지 부분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정부가 모든 은퇴과학자를 책임질 수는 없다. 먼저 과학자 개인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은퇴 후 생활을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각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고, 정부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첫번째 방법은 본인 전문분야의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의 다양한 연구 경험과 산학연 네트워크가 중소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연구자는 사장의 기술 자문 역할을 한다. 신규 사업을 발굴하거나 기존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은퇴 과학자를 잘 활용하는 이런 회사는 굳이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에게 적절한 대우를 할 용의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방법은 엔젤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가장 멋진 일이다. 혼자도 좋고 여럿이 함께 해도 좋다. 전문분야의 기업에 일정지분을 투자하고 기술자문을 하는 것이다. 초기 기업에는 몇천만원만 투자해도 상당한 지분을 가질 수 있다. 본인이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기업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은 연구자 출신 투자자가 많다. 정부에서는 기술분야 전문가가 투자자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 방법은 여럿이 조합을 만들어 힘을 합치는 것이다. 조합차원에서 사업을 기획해 수요자와 연결하고 행정 처리를 해 주면 회원은 기업자문 등 핵심업무에 치중할 수 있다. 기업도 조합에 접촉해 좋은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럴려면 조합의 구성원과 활동이 구체적으로 잘 짜여져서 사랑방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

과학자의 은퇴 문제는 전국적인 이슈이지만 정부출연연구소가 모인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먼저 답이 나와야 할 것이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직면해 대덕특구 모든 구성원이 지혜를 모야야 할 때다. 윤병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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