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겨울의 차가운 칼바람은 정성껏 챙겨 입은 두터운 외투 사이사이를 헤집고 들어온다. 날씨만 추운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도 얼어붙은 듯 가슴 속 깊이 냉랭한 것 들이 꽉 찬 느낌이다. 얼마 전 제천 화재 참사로 33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밀양에서 또 화재가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점검과 대비를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좋은 소식도 있다.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정현 선수가 우리나라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 잠시나마 우리들 마음 속 냉기를 녹여줬다. 비록 결승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발바닥 피부가 벗겨지면서도 투혼을 아끼지 않았던 정 선수의 모습이 또 한 번 감동을 줬다. 이 여세를 몰아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그동안 준비해온 기량을 맘껏 발휘하길 바란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단순히 온도계의 수은주 높이가 올라갔다고 해서 봄이 오는 것이 아니다. 운동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정치인은 국회나 행정 각 부처에서, 공무원은 담당 분야에서 각자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할 때, 마음속 냉기가 사라지고 따뜻한 온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을 때, 진정한 봄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공직자나 각 분야에 종사하는 기관이나 구성원들은 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나름의 역할로 한창 바빠진다. 설 명절을 앞두고 환경, 교통, 안전, 의료 등 설 명절 종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고향에 오신 분들이 불편함 없이 우리 지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겨우내 얼었던 지반과 시설물들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약해져 각종 재해에 취약해진다. 해빙기 안전점검을 통해 급경사지, 건설현장, 옹벽, 노후 주택 등에 대해 지속적이고 세밀한 예찰활동을 전개해 만약에 있을 붕괴, 전도, 낙석 등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또한 각종 특정시설물은 국가안전대진단과 연계해 집중관리대상 시설 지정 후 일제조사를 실시한다. 즉시 조치가 가능한 곳은 현장에서 보강, 보수 공사를, 대규모 예산이나 공사가 필요한 곳은 통제선을 설치한 뒤 최대한 빨리 복구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 발 빠른 대응으로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요즘 건조한 날씨와 함께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우리의 소중한 산림자원이 한 순간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불 진화대와 감시단을 운영하고, 주민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무인감시카메라, 무인방송기기, 산불 신고 앱 등 산불 초기 진압을 위한 시스템 정비도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느끼는 지자체의 임무 중 하나는 끝까지 남아서 책임지는 것,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세밀함, 실제상황에 맞춰 잘 짜여진 매뉴얼, 그리고 실전과 같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만약에 있을 재난에 대비해 인재(人災)는 물론 천재(天災)까지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구는 한겨울 한파와 추위 속에서 주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지금도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아지랑이 어른거리듯 다가오는 생동감 넘치는 봄을 맞이할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전의 모태도시이자 으뜸도시였던 동구는 마치 소풍 전날 가슴 설레어 잠 못 이루듯이 기대에 찬 인구 30만 중핵도시 재도약의 커다란 희망을 품고 있다. 주민의 모든 염원을 모아 내일의 비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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