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상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우리 경제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이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도 고율 관세를 예고한 것이다. 한미교역과 관련, 미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은 이미 위험한 수준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한국을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대표적 국가라고 규정했다. 취임 직후 `한미 FTA는 재앙`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젠 `무역에는 동맹이 없다`며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일련의 움직임으로 미뤄 또 어떤 수출품목이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인지 우려가 앞선다.

미국이 통상압박은 예고됐던 부분이다.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주요 대미 무역흑자국인 중국 한국 일본 독일 멕시코 인도 캐나다 등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철강제품 고율 관세 부과대상에 중국과 한국을 포함시켰으면서도 대미 철강 수출 1위인 캐나다와 멕시코 일본 독일 대만 영국 등은 제외했다. 흑자규모나 추이로 봤을 때 한국보다 이들 국가보다 우위에 있다. `한국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외교안보상 혈맹이라는 수사가 무색할 정도의 고강도 조치 이면에 안보상으로나 경제적으로 대미 의존도를 탈피하려는 한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주목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미국의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세계무역기구 제소와 한미 FTA 개정의 부당함도 적극 주장하고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와 수출 다변화도 설파했다. 언제까지 미국에 끌려갈 수 없다는 결연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무역은 총칼 없는 또 하나의 전쟁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가와 기업,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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