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수용품 준비를 위해 대전 태평 전통시장을 찾았다. 장보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비자단체의 대표로서 원산지 표시는 전통시장을 가든 식당을 가든 직업병처럼 살펴본다. 그리고 값은 비싸지만 국내산 농산물을 구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날도 되도록이면 국내산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서너 바퀴 돌며 이 가게, 저 가게를 둘러보았다. 두부의 경우 국내산 콩은 한모 4000원, 수입산은 1500원, 고사리는 국내산 400g 1만원, 수입산은 3000원이었다. 대체로 가격은 두 배에서 세 배 차이 났지만 국내산을 구입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아쉬운 점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는 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산을 사고 싶어도 일반 소비자로서 육안으로 확인해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관, 단체 등에서 원산지 계도 활동을 하면 전통시장에도 어느 정도 원산지 표시가 돼 있지만, 평상시에는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나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와의 약속이며, 꼭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0.9%다. 쌀만 자급자족이 가능했고 밀은 1.8%, 옥수수는 3.7%, 보리와 콩은 24.6%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13% 정도에 불과해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면서 국내산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1991년부터 `원산지 표시 제도`를 도입해왔다. 이는 국제 규범에서 허용하고 있는 제도로 미국, EU,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도 운영하는 것이다. 그만큼 원산지 표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전 소비자시민모임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민 교육 등을 통해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 지역기여도 5.5% 내외의 심각성을 소비자에게 알리면서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해야 지역 경제가 선순환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전통시장도, 대형유통업체 못지않은 경쟁력, 즉 원산지의 정확한 표기와 신선도 유지 등 그 조건들을 갖춰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도 농·축·수산물 등의 원산지 표시를 꼭 확인한 뒤 구입했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땀으로 만들어 낸 농산물을 지켜 가는 데 우리 소비자들이 작은 힘이나마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안경자 소비자시민모임 대전지부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