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세계인의 겨울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메달의 기쁨을 처음 안겨준 쇼트트랙의 임효준 선수의 금메달은 7번의 수술을 견딘 값진 메달이다. 이밖에도 올림픽의 멋진 순간을 즐기면서 필자는 걱정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개막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노로바이러스(이하 노로)로 인한 식중독 때문이다. 이달 13일 현재 19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선수감염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7번의 수술도 무릎 꿇리지 못했던 임선수를 노로가 무너뜨릴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순간 아찔해진다.

흔히 식중독은 더울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노로는 오히려 추울 때 활동이 왕성하다. 따라서 겨울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 병원체이며, 지하수나 바닷물 등을 통해 음식이나 먹는 물로 사람에게 전파된다. 일단 노로는 150여 종의 종류에 변이가 잦아서 항체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감염될 수 있다. 더구나 냉동에서도 최대 수년까지 감염력을 유지하고 아주 적은 개체수로도 식중독을 유발하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면 감염과 전파는 시간문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감염자가 잡았던 문고리에서도 옮길 수 있다니 평창이 걱정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5-2017년 통계에서도 노로로 인한 식중독은 연 평균 52건(환자수 1055명)으로 전체 식중독의 17%를 차지하며 겨울철 식중독의 절반이 노로에 의한 것이라 한다.

감염 후 24-48시간 안에 설사, 구토, 발열, 복통을 일으키며 보통 3일 정도면 회복되나,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고, 특히 0.1초의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평창에서는 충분히 한 선수의 메달색깔을 달리 할 수 있다.

이에 우리 연구원에는 대전시민의 건강을 위해 물에서 식품까지 다각도의 예방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노로에 대해서는 물샐틈없는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환자 대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가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경우 대규모 식중독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식품제조업체나 집단급식소의 지하수 오염여부를 검사한다. 아울러 겨울철 시민들이 즐겨먹는 굴과 어패류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시장이나 마트에 유통 중인 어패류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또한 초·중·고 학교급식 식중독 감시를 위해 관내 283개 전 급식학교를 대상으로 미생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대전에서 영업 중인 일반식품접객업소의 칼·도마·행주 같은 조리 기구를 대상으로 대장균 등 위생세균 검사도 연중 실시한다.

이런 보건환경연구원의 노력과 더불어 개인위생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첫째, 외출 후 돌아와서, 화장실 사용 후, 조리 전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노로는 크기가 작고 부착력이 강해 비누나 세정제를 써서 손가락, 손등까지 깨끗이 씻고 흐르는 물로 헹궈야 효과가 있다. 둘째, 굴 등의 어패류는 가급적 85도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혀 먹고 물은 끓여 마셔야 한다. 셋째, 설사증상이 있는 사람은 발병 직후부터 회복 후 최소 1주일 이상 조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 배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리종사자들의 철저한 위생관리와 함께, 환경위생관리도 필요하다. 가정용 락스를 약 40배 물에 희석해서 변기, 화장실, 문손잡이 등을 닦아내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벌써 3월 6일이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지만 여름철 질병으로 알고 있는 식중독은 실은 겨울잠이 따로 없다. 우리 연구원의 연중 노력과 개인의 철저한 위생관리가 더해진다면 노로로 인한 겨울철 식중독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재면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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