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에 비해 16.4% 인상했다.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 대신 소득증가에 따른 소비, 투자,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의 편법이 동원되고 심지어는 감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선진국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필자가 우리나라 가계금융조사 원자료 등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세 사업자 상당수는 산업예비군적 성격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본인 인건비라도 벌어보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생존율을 보면 숙박·음식점의 경우 창업 5년 후 20%를 밑돌고, 도·소매업도 20% 중반에 머물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한계상황에 있는데 인건비가 크게 오르다 보니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측면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재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임금 인상은 바로 비용으로 연결되는 반면 소득증대로 인한 선순환 효과는 시간이 걸리니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는 천천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J커브 효과`라고 하는데 향후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우리 경제가 시장경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저임금 정책은 사업주가 지불해야 하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으로 시장경제 원칙에는 위배된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우리의 경제사정뿐만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더욱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임금을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결정되도록 맡겨둘 수는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노동절약적 생산구조로 이행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이 없는 근로자에게는 크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근로자에게 적어도 기본적인 삶은 보장해주자는 관점에서 법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시장경제 시스템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범위에서 임금결정 시스템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자칫 노동수급 불균형이 생기면 산업예비군적 성격을 갖고 있는 자영업 혹은 저임금 근로자들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된 때는 근로장려세제(EITC)나 사회보장제도 등을 강화해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효율적인 자원배분, 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감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정책에 J커브 효과가 나타나도록 노력해보자.

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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