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전민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지난 설 명절 기간에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유난히 휴일이 길었던 지난해 추석에도 동남아 국가로도 여행을 다녀왔다. 명절 아니면 길게 휴가를 가기가 어려울뿐더러 명절이면 돌아오는 가족들의 `잔소리`가 싫었기 때문이다. 명절 전이나 후로 부모님을 뵙고 오는 게 전부다.

김씨는 "회사 다니기도 힘든데 명절만 되면 친척들에게 `결혼은 언제 할꺼냐`라는 잔소리까지 들어야 한다"며 "의미없고 힘든 명절보다는 나를 위한 연휴를 보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 같아 명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니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설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가족형태가 변화하면서 간편하고 효율적인 명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족이 함께 보여 전을 부치면서 명절음식을 준비하거나 복주머니에 세뱃돈을 넣어 덕담을 나누던 설은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우선 온 가족이 나눠먹을 만큼 준비했던 명절 음식은 간소화됐다. 풍성하게 음식을 준비하지 않고 차례상에 올릴 양만 준비하는 데다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명절 음식노동도 사라지고 있다.

주부 최모(55)씨는 "명절 때 마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매년 명절증후군을 달고 살았지만 2-3년 전부터 음식양도 줄이고 남편, 아들도 함께 음식을 준비한다"며 "음식도 남길 필요 없고 명절에는 외식을 하면서 가족 모두가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명절에 외식을 택하는 가정도 늘어 덩달아 연휴에 문을 여는 식당들도 늘고 있다.

서구 월평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0)씨도 "예전에는 설날 연휴에 손님이 없어 인근 상권이 휑했는데 요즘에는 명절에도 손님이 늘어 명절 당일 하루만 쉬고 모두 가게문을 연다"고 말했다.

세뱃돈을 주는 풍경도 진화했다. 과거에는 세뱃돈을 주기 위해 은행을 찾아 신권을 교환하기 바빴다면, 최근에는 모바일 송금이나 인터넷 뱅킹으로 입금을 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색적인 세뱃돈 봉투도 눈길을 끈다. 골드 바와 SNS 캐릭터 모양을 새겨넣은 봉투부터 유머러스한 문구를 담은 봉투까지 등장했다. 독특한 모양을 한 봉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45)씨는 "세뱃돈을 주기 위해 은행에서 신권으로 지폐를 바꾸는 것은 옛말이 됐다"며 "모바일 송금이 생긴 후부터는 조카들 통장으로 바로 돈을 보내 간편하게 새뱃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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