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없는 직장인 더 힘들어

위 이미지는 해당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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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6년째 재직중인 김모(33)씨는 코 앞으로 다가온 설이 반갑지 않다.

부모님 용돈은 물론, 지난해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처갓집까지 용돈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용돈 뿐만이랴. 명절 선물세트에다 조카들에게 건네는 세뱃돈까지 감안하면 한 달 급여의 5분의 1수준을 그대로 지출해야 한다.

김씨는 "한 분당 10만원씩만 드려도 40만원에 달하는 데다 빈 손으로 찾아뵙기가 민망한 나머지 선물세트까지 구매했는데 이미 50만원정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도 외면할 수 없어 설이 가까워질수록 설렌다기보다 걱정만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설을 앞두고 직장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이지만 설은 부모님 용돈, 세뱃돈 등 유난히 지출할 곳이 많아 직장인들의 볼멘소리가 더욱 커진다. 올해는 더욱이 최저임금인상의 압박으로 일부 중소기업들이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여금 지급을 꺼려하고 있어 직장인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이모(31)씨는 "그 동안 명절이 되면 회사에서 주는 상여금으로 그나마 여유롭게 명절을 보냈는데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압박으로 상여금 지급여부가 불투명해졌다"며 "상여금이 없으면 월급으로 명절을 보내야 하는데 한 달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구유통업체 재직 중인 직장인 양모(37)씨는 "상여금은 커녕 설에도 근무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부모님께 용돈을 안드릴 수는 없어 이번 명절은 돈은 돈대로 지출하고 일을 일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기업 휴넷이 직장인 870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 연휴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직장인들은 이번 설 54만4000원 가량을 지출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설 예상 비용 53만5000원보다 9000원 정도가 늘었다. 지출 항목으로는 부모님·가족 용돈이 69.3%를 차지했으며 기혼자는 평균 58만7000원을, 미혼자는 38만5000원으로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20만원 가량을 더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면서 지역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부담을 호소하면서 일부 기업은 상여금 지급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직장인들에게는 명절이 휴식의 시간으로 다가오기 보다 재정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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