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前集-06)에 "거센 바람과 굵은 비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맑은 날씨와 따뜻한 바람이 불면 초목도 기뻐한다. 그러므로 천지에는 하루라도 화평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며, 사람의 마음 또한 하루라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나온다.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인생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인간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일전에 팔순을 맞은 부모님께 조촐한 식사자리를 빌려 뜻 깊은 선물을 드렸다. 지난한 세월 속에서도 아들딸 구별 않고 6남매에게 똑같이 대학교육의 기회를 주시고, 성실과 검소함을 몸소 실천하시며 올곧게 키워주신 은혜를 기리는 글귀를 새긴 `감사패`였다. 다 함께 큰절을 올리고, `어머님 은혜`를 제창하는데 울컥, 목울대가 뜨겁게 당겨졌다. 온 가족이 무탈하게 지금 이렇게 한 자리에서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
감정표현에 익숙지 않은 우리들은 가까운 이들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속에 제 아무리 큰 고마움을 품고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 모두가 내 맘 같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이어도 좋다. 감사를 느끼는 그 순간에는 꼭 감사함을 표현하도록 하자. 마음을 전하는 데 굳이 거창할 필요가 있겠는가. 김채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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