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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02-13기사 편집 2018-02-13 17: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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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됐다. 평균적인 나이로는 50대에 접어든 것이다. 사회 통념상 꿈을 이루고 펼치기 시작해야 할 때다. 그러나 누군가 꿈을 이루었냐고 물어보면 아직도 꿈을 좇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어떤 분야든 성공의 기준은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업적 혹은 명예를 이룬 경우, 부를 축적한 경우, 두 가지를 다 이룬 경우다. 누구나 세 번째를 꿈꾸며 살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루면 돈도 자연스레 따라와 주면 좋으련만 그게 등식으로 성립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건축계에는 늦은 나이에 꿈을 이룬 루이스 칸(1901-1974)이라는 불세출(不世出)의 건축가가 있다. 50대에 접어들어 세계 건축계에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미국의 소크 생물학 연구소(1959-1965), 킴벨 미술관(1966-1972),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1962-1983)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대기만성형인 그에게 사람들이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물을 때마다 그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그이지만 말년은 무척 초라했다.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던 중 뉴욕의 기차역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사무실도 재정적으로 파산 직전이었다고 한다. 그도 부와 명예 두 마리 토기를 다잡진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한 그의 건축 철학과 작품들은 사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축학도나 실무 건축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글라데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무려 20여 년에 걸쳐 어렵게 지어진 국회의사당 건물은 나라의 자존심이자 상징이 되었으며, 전 세계 건축가들이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필자가 대학에서 강의시간에 학생들한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건축가가 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니 돈을 먼저 좇지 말라"고 말한다. 그 말을 할 때마다 두렵기도 하다. 틀린 말 일수도 있고 필자 스스로도 아직 검증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면 누구나 바라는 성공을 이루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고 말이다.

요즘 한창 졸업 시즌이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출발을 기대해야 할 젊은이들이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 경제적인 안정만을 진로선택의 최우선에 두지 말며, 두려워도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혼신을 다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꿈을 이룰 수는 없겠지만 힘든 여건들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굴곡 있는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과정 속에서 나온 결과물들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씨앗이 될 거라 믿는다.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할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주어진 뜻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여전히 루이스 칸을 꿈꾼다. 조한묵 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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