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해고노동자인 남기명 기관사가 대전역 천막농성 당시 `국민철도를 지켜낸 철도노동자`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남기명 씨 제공
코레일 해고노동자인 남기명 기관사가 대전역 천막농성 당시 `국민철도를 지켜낸 철도노동자`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남기명 씨 제공
"설날, 부모님에게 14년 만에 복직됐다는 이야기를 드릴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14년 만에 코레일로부터 복직을 약속받은 해고노동자 남기명(50) 기관사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했다.

2003년 7월 철도청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해고를 당한 남 기관사는 최근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극적 합의로 14년간 달고 있던 `해고자`라는 멍울을 지울 수 있게 됐다.

무궁화호와 통일호를 몰던 35살의 젊은 기관사가 지천명의 나이가 돼서야 열차에 다시 올라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사이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은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돼버렸다.

남 기관사는 "해고를 당한 후 딸이 초등학교에서 아빠 직업란에 무엇으로 쓰냐고 물어 철도해고자로 쓰라고 했더니 아이가 결국 빈칸으로 제출해 마음이 아팠었다"며 "해고사태가 10년이 넘어가니 꼬마였던 딸이 벌써 성인으로 다 커버렸다"고 말했다.

14년간 해고자로 산 삶은 녹록지 않았다.

명절이 되면 친척들로부터 남들처럼 수긍하고, 인정하며 살지 왜 파업에 참여해 해고되는 수모를 겪느냐며 수없이 핀잔을 듣기도 했다.

철도노조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 받은 구호금과 남 기관사의 아내가 벌어온 수입이 없었다면 이처럼 오래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남 기관사는 가족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14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동안 해고된 많은 동료들이 고난을 겪는 모습이 안타깝고 고통스러웠다고 소회했다.

남 기관사는 "해고된 동료 한 명은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었고, 경제난에 시달려 이혼을 당하거나, 괴로움에 술을 많이 먹어 몸이 망가지는 사람도 많았다"며 "나 또한 해고자로 살아오는 동안 슬픔을 참지 못해 술로 세월을 보낸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고된 후 재판을 진행하며 대법원으로부터 철도민영화를 추진하며 파업에 빌미를 제공한 정부 책임이 60%라고 최종 판결을 받았었다"며 "철도 발전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정당성을 지키려 취한 행동의 결과가 해고였기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적 고통은 더 커져 갔었다"고 덧붙였다.

남 기관사에게 지난 8일은 잊지 못하는 날이다.

이날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해고자에 대한 복직 합의를 끌어냈다.

남 기관사는 "4-5월쯤 특별채용으로 복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현장이 많이 바뀌어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각오로 일을 할 생각이다"며 "14년의 세월 동안 옆에서 지켜준 아내와 딸, 부모님 가족 모두에게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이번에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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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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