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로 정의할 수 없는 '감각의 표준화' 연구 첫발

[첨부2] KRISS 김기웅 책임연구원(왼쪽) 연구진이 순수 온도자극에 대한 뇌자도 측정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첨부2] KRISS 김기웅 책임연구원(왼쪽) 연구진이 순수 온도자극에 대한 뇌자도 측정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아직까지는 인간의 감각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가 없다. 통증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면 "인생에서 가장 아팠던 경험을 10이라고 했을 때, 지금 느끼는 통증은 1부터 10까지 중에 얼마에 해당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것은 순서량이라고 하는 측정값으로써 매우 주관적이다. 이 같은 설문응답 대신 보다 객관적으로 뇌신경생리학적 반응을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12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 따르면 연구원 첨단측정장비연구소 김기웅 책임연구원 연구진이 최근 초고감도의 뇌자도 장치를 이용해 대뇌의 일차 체성감각 영역(S1)이 순수 온도 감각을 처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인체의 오감 중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촉각은 통증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촉각 신경을 측정하면 통증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촉각 신경 중 가장 빨리 손상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세포 밀도가 낮은 온도 신경이다. 온도 감각을 느끼는지만 정확히 측정해도 신경 손상을 알아차리고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온도 자극만 주기 위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는 레이저 자극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피부 표피 흡수를 최소화하고 온도 신경까지 자극이 도달하도록 빛의 파장이 특수 설계됐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대뇌의 이차 체성감각 영역(S2)만이 순수 온도 감각을 처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가 간접적으로 S1의 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적은 있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신경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지 못해 논란이 있었다.

뇌자도는 온도 자극시 뇌에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신경전류원의 정확한 위치를 분석할 수 있다. 그래서 뇌전도나 fMRI 등 다른 측정 장치에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반응영역을 찾을 수 있다.

김기웅 책임연구원은 "뇌자도를 이용한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감각 과정을 설문지 응답 대신 신경생리학적 두뇌 반응에 기반한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한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현재 단위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감각을 표준화하는 미래 측정표준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고 수준의 뇌과학 전문 학술지 `휴먼 브레인 매핑(Human Brain Mapping)`에 지난달 24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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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온도 자극을 가하면 뇌의 신경전류원에서 자기장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자기장이 발생하는 정확한 위치를 분석함으로써 기존에 알려진 부위(cSII) 이외에도 일차 체성감각 영역(S1)이 순수 온도 감각을 처리함을 밝혀냈다. (우측 그림의 cSI이 S1를 의미)
피부에 온도 자극을 가하면 뇌의 신경전류원에서 자기장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자기장이 발생하는 정확한 위치를 분석함으로써 기존에 알려진 부위(cSII) 이외에도 일차 체성감각 영역(S1)이 순수 온도 감각을 처리함을 밝혀냈다. (우측 그림의 cSI이 S1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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