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에비에비터`를 비롯해 우리나라 영화 `플랜맨`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강박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에비에비터는 실존인물인 하워드휴즈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밖에 강박장애를 앓은 것으로 알려진 다른 유명인으로는 모차르트, 톨스토이, 처칠, 아인슈타인 등이 있다. 축구선수 베컴과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 메간폭스 등도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강박장애를 앓고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혹은 직업적으로 유능한 경우가 흔하다. 자신은 강박장애에 시달리는 것이지만 주변사람들에는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의 도움말로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거나 유명인들이 앓고 있는 강박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강박장애란= 강박장애는 100명 중에 3명 정도에서 나타나는 아주 흔한 질환이다. 공포증, 약물의존, 우울증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흔하게 치료하는 병이다. 이런 강박장애는 뇌의 특정부분의 기능변화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으며 남녀의 발생비율은 비슷하다. 강박장애를 앓는 사람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각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반복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하루동안 정해진 시간에 7번 해야 한다며 힘들어 하는 강박장애 환자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신이 부모님께 전화를 하지 않으면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거르지 않고 하루 7번을 꼭 전화를 한다. 스스로도 이런 생각이 합리적이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한번이라도 정해진 패턴대로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게 되고 심한 걱정이 생겨 견딜 수가 없다며 괴로움을 호소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생각을 `강박사고`라고 하며 이런 반복되는 생각 때문에 하게 되는 반복 행동을 `강박행동`이라고 한다.

◇반복행동 불러오는 강박사고= 강박사고는 오염에 대한 불안감,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병적인 의심, 누구를 공격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복되는 염려, 정확하게 대칭을 이뤄야 한다는 집착 등이 대표적이다. `문고리를 잡거나 악수를 하면 손에 세균이 묻지 않을까`, `집에서 나올 때 가스불은 잘 끄고 나왔을까`, `혹시 내가 다른 사람을 찌르지 않았을까`, `신발 끈이 똑같은 크기로 매듭지어졌나` 등과 같은 생각이 반복된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이 반복되면 불안감이 심해지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없애는 행동을 하게 된다. 손을 씻는다거나, 집에 다시 돌아가서 가스불이 잠겼는지를 확인한다거나, 길을 걸을 때 극도로 긴장하면서 움츠린 채 걷는다거나, 신발 끈을 풀었다 맸다를 반복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강박사고는 의도하지 않는데도 저절로 혹은 머리 속으로 침범해 들어오는 것처럼 발생해 무한 반복된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강박사고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파도가 밀려오듯이 침습하는 생각을 스스로 조절할 수가 없다고 느낀다. 강박행동은 강박사고로 인해 생기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 느낀다. 그런데 이런 강박행동 또한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행동을 반복하면서도 괴로워한다.

◇강박장애의 치료= 강박장애의 치료는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두게 된다. 불안감을 만드는 것은 불합리한 생각일 뿐 실제 하는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하게 되는 강박행동은 마치 3D 영화를 보면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려 몸을 숨기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인식하고 강박사고를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대응 방법은 다르겠지만 행동치료 기법으로는 강박상황에 폭로시킨 후 반응을 방지하는 훈련, 조금씩 노출해서 점차 적응시키는 훈련 등을 한다. 또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 치료를 한다고 해서 강박사고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의 불편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엔 뇌 수술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치료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병을 고치겠다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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