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일종의 소화기관 이상으로, 기질적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설사나 변비 혹은 두 개의 증상이 교대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배가 더부룩하며 변비, 설사 등 증상으로 병원을 다녀 보지만 가는 곳마다 아무런 병이 없다고 홀대를 받기 일쑤다. 실제로 이러한 환자들은 아무리 세밀한 검사를 해봐도 뚜렷하게 나쁜 곳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러 약을 써봐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몇 가지 사항들이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첫째, 최근 과민성 장 증후군의 원인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내장 과민성이다. 정상인은 음식 섭취 후 일어나는 소화 과정의 아주 적은 정보만 인지하지만 내장 과민성이 있는 경우 감지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가 감지됨으로써 불쾌감이나 통증을 느끼게 된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장의 확장이나 경련 같은 통증성 자극에 의해 신경이 잘 흥분되는 것이다.

둘째, 이 질환의 주 증상이 설사나 변비 등 배변의 변화이므로 대장의 운동성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가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연구에서 일부 설사 우세형 과민성 장증후군환자들은 소장이나 대장의 전도 속도가 빠르며 일부 변비 우세형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들은 이와 반대의 소견이 관찰된다.

마지막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상을 유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병원을 찾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들에게 불안, 우울 등의 증상이 흔히 나타나며 이 외에도 여러 정신사회적 요인이 과민성 장 증후군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들은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고, 하루에 7-8번씩 설사를 하거나 심한 변비 등 증상으로 큰 병을 걱정하거나, 가족이나 직장 등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증상이 눈에 띄게 나타날 때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러나 복통이 심해도 일반적으로 변을 보고 나면 통증이 그치게 된다. 또 피로나 두통, 불면, 어깨결림 등 전신증상을 오랜 기간 동반한 경우에도 몸 상태에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진단은 철저한 이학적 검사, 대변 검사, 과거력, 내시경검사나 X선 조영술 등을 통해 해부학적 병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진단이 이뤄진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인지 혹은 다른 병으로 인한 증상인지 감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십이지장궤양이나 담석증과 같은 병을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오진했다가 이후에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기질적 위장관 질환과의 구별을 위해 방사선검사나 내시경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잠을 자다가도 복통 때문에 깰 정도면 다른 병을 의심해봐야 하고, 체중이 6개월-1년 사이에 원래보다 10% 이상 줄어도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복통, 설사 등 증상과 함께 열이 발생하면 장결핵이나 궤양성 대장염, 종양 등을 의심해봐야 한다.

환자들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질병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 병은 증상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의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약제는 증상 치료를 위주로 시행되며 환자 일부에서는 불안, 우울 등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으로 항불안제나 안정제의 투약도 고려된다. 병원을 자주 찾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정신 심리학적인 상담도 필요할 수 있다. 허규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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