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꽂이]

◇할아버지와 나의 정원(비르기트 운터홀츠너 글·레오노라 라이틀 그림·유영미 옮김)=피도의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 할아버지는 온갖 물건을 침대에 모으고, 서랍을 전부 헤집어 놓는다. 밤이면 잠옷 차림으로 집을 찾아다니고, 횡단보도 앞에서 부들부들 떠는 겁쟁이가 되었다가, 온 집안을 뒤집어 놓는 심술쟁이가 되기도 한다. 아빠와 옆집 아주머니를 비롯한 주변의 어른들은 이런 할아버지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피도는 이런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 그 모습 그대로 할아버지를 사랑한다. 할아버지가 나이 들고 치매에 걸려서 약해져 가는 모습이 애정 어린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유쾌하고도 애틋하게 그려진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늙어 간다는 것과 치매라는 병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뜨인돌·30쪽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에밀리 그래빗 지음·노은정 옮김)=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 네슬레 스마티즈 상을 받은 저자는 유행이란 헛된 가치를 유머러스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들려준다. 자아정체성이 매우 강해지는 시기의 아이가 주변인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은지도 알게 해준다. 남들의 평가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 허버트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를 알고 더욱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세상에 있는 모든 모자를 담은 듯 개성 넘치는 모자들은 장면 곳곳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집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털실로 뜬 모자에서부터 동화 속에 나오는 해적 모자, 과일로 촘촘히 쌓아올린 비타민 모자, 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모양의 모자 등 기상천외한 모든 모자들이 모여 있어 볼거리를 더해준다. 연필과 수채화, 아크릴로 그린 그림은 허버트의 감정 변화를 다양한 표정으로 담아냈다. 비룡소·36쪽

◇봉지공주와 봉투왕자(이영경 지음)=이 책은 순박한 이야기에 능청스러운 해학이 곁들여져 누구나 즐기기에 부담이 없고 편안한 작품이 되었다. 주로 물건을 사거나 버릴 때에 물건을 담는 용도로 사용하는 비닐봉지와 종이봉투가 주인공이다. 사물의 세계에서도 순위를 매기자고 들면, 한참 뒤에 자리할 것 들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매일 쓰이는 친숙한 물건들이다. 작가는 이 낯익은 물건들의 실제 속성을 바탕 삼아 재미난 무대를 꾸몄다.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분리수거대마왕, 딱풀부대, 다리미선녀, 부채도사가 잔뜩 `출몰`하는 세계, 알지만 볼 수 없었던 세계에 초대받은 것처럼 설레고 흥미롭다. 사계절·48쪽

◇그 다리 아니야, 빌리!(안토니스 파파테오둘루 글·페트로스 불루바시스 그림·권지현 옮김)=빌리의 다리들은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의사 다리는 감기도, 시퍼런 멍도, 접질린 발목도 모두 치료해 주고, 요리사 다리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다. 제빵사 다리는 먹음직스러운 파이와 예쁜 케이크를 만든다. 바쁘게 일하다 보니 빌리는 가끔 잠을 설치는데 그러면 다리들이 모두 꼬여 버린다. 그래서 의사 다리를 찾아온 친구는 요리사 다리를 만나고는 약 대신에 소금, 후추, 겨자를 처방받고 만다. 그래도 친구들은 아무런 화를 내지않으며 "그 다리 아니야, 빌리"라고 말할 뿐이다. 언제나 성실하게 맡은 바 일을 해내는 멋진 빌리에게 친구들은 관대함으로 보답하는 따뜻한 책이다. 씨드북·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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