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밥상

금단의 열매였던 선악과는 어떤 과일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과를 떠올릴 것이다. 사과를 선악과로 표현한 그림들도 많다. 선악과는 라틴어로 사과와 죄악이 똑같이 말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사탄이 인간을 유혹하는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일까. 선악과를 토마토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푸른 잎사귀에 휘감겨 붉은색의 요염한 빛깔을 드러낸 선악과의 이미지가 존재하는 탓일 수도 있다. 15세기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관능적인 과일을 유럽에 가져왔을 때 사람들은 토마토를 `Love Apple`, 사랑의 사과로 부르기 시작했다. 선악과 뿐만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과일부터 요리, 음식 등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책 `신의밥상-인간의 밥상`은 성경에 나오는 음식이야기들을 맛있게 풀어낸 책이다. 온갖 음식 이야기들로 가득차 읽다 보면 입 안에 침이 잔뜩 고인다. 저자는 기독교와 인문서 분야에서 전업작가로 활동 중인 유승준 씨다. 그는 성경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들었을까, 노아에게 고기와 와인을 줘서 자손들이 저주를 받고 인종이 나뉘게 만든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진 저자가 발견한 것은 요리와 음식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산해진미를 다시 바라봤고 해답을 찾아 나섰다.

책은 모두 40편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구약성경에서는 에덴동산의 선악과, 노아가 먹고 마신 고기와 포도주, 아브라함의 식탁 등 27편의 이야기가, 신약성경에서는 돌을 빵으로 만들어 보라는 사탄의 시험,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 등 13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구약성을이 인간 먹고 사는 존재로 만든 하나님, 그런 인간을 끝없이 챙겨 먹이는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한다. 또 신약성경은 예수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한다. 신약과 구약을 통틀어 성경은 굶주림에 지친 인간과 그런 인간에게 끊임없이 먹을 것을 제공하는 하나님에 관한 역사라고 본다.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도 있다.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대가들의 명화를 감사하는 일이다. 서양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 회화 40점이 소개된다. 조반니 벨리니의 `만취한 노아`, 렘브란트의 `천사들을 대접하는 아브라함`, 디르크 보우츠의 `유월절의 성립`, 에르콜의 `빵과 물고기의 기적` 등 그림만이 줄 수 있는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새해가 되면 크리스천들은 신구약 성경 한권을 통독하는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분량이 워낙 방대하고 내용도 난해해 지키기가 쉽지 않다. 창세기를 읽다가 포기하는 게 다반사다. 이 책으로 올해는 연초 계획했던 성경 통독의 포부를 이루길 기대해 본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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