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사이 나라(奈良) 현 아스카(飛鳥·明日香)지역은 전역이 유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의 고대 도시이자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봄에는 연꽃, 가을에는 피안화와 단풍이 여로의 정감을 더해주는 곳이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그 일대의 유적지를 유유자적 순회하며 둘러보는 여행자들이 많다. 전철로 50분 거리, 오사카의 도회적 이미지와는 색다른 일본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우리 한민족 문화전파의 여러 흔적들을 그 곳에서 엿볼 수 있다. `날아가는 새` 또는 `밝은 날의 향기`라는 의미를 지닌 아스카는 삼국시대 한반도의 백제로부터 건너온 도래인(渡來人)들이 안주(安住)한 땅이라고 해 원래 안슈쿠(安宿)라고 불렸다. 이 명칭이 지역 사투리 `아스카`로 바뀌었다고 한다. 오늘날 현지에는 `안슈쿠(安宿)`라는 이름의 여관도 있다.

서기 552년부터 645년까지의 100여 년 간 일본열도를 풍미하던 아스카문화 시대는 서기 538년에 우리나라 삼국시대 백제의 제26대 성명왕에 의해 불교와 불상 등이 전래되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치제도를 수용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 초기 일본사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아스카 일대에는 불교와 중국 대륙문화가 전래돼 꽃을 피운 아스카문화의 궁적(宮蹟)·사적·고분·매장문화재 등 주요 역사문화유산이 한적한 전원 풍경과 앙상블을 이뤄 포진해 있어서 매혹적이다. 수천 년 동안 전래돼온 신비감이 곳곳에 배어 있어 이색 문화여행목적지로 그 가치가 크다.

아스카는 나라 현 야마토(大和) 분지 남부 일대의 지역으로 고대 5-6세기경부터 교통의 요충지로 발전해 8세기 초까지는 수도가 들어서 있었다. 아스카 일대에는 길이 7.5m·폭 3m·높이 7.7m·무게 72톤이나 되는 거대한 석재로 만들어진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횡혈식 석실 이시부다이(石舞台) 고분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이 고분은 6세기의 권력자 소가우마코(蘇我馬子)의 묘라고 알려져 있다. 직경 18미터·높이 5미터로 그다지 크지 않지만 1972년에 발견된 백호 등의 사신이나 여자 군상, 성좌가 극채색으로 그려진 벽화에 의해 일약 유명해진 다카마츠즈카(高松塚) 고분도 주요 볼거리이다. 아울러 6세기에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사원으로, 백제에서 파견된 혜총 등의 고승과 전문기술자의 협업에 의해 서기 596년에 건립된 아스카데라(飛鳥寺)를 꼭 들어보자. 이 사찰의 본존(本尊)은 `아스카 대불`로 알려진 석가여래상으로 백제계 도래인이 만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다.

참고로 아스카(飛鳥)로 가려면 오사카 킨테츠(近鐵線) 시영 지하철 텐노지(天王寺) 역 바로 옆에 위치한 긴테츠(近鐵) 오사카아베노바시역(大阪阿部野橋)역에서 출발하는 긴테츠 요시노센을 타고 아스카역(飛鳥驛) 두 정거장 전인 가시하라진구마에(疆疆原神宮前) 역에서 내려 서쪽 출구를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일단 순환버스를 이용해 관광을 시작하는 게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교토에서 출발해 아스카에 가려면 긴테츠 교토센(近鐵京都線)을 타고 가시하라진구마에 역에서 내리면 된다.

아스카(飛鳥)를 둘러 볼 때는 버스로 이동하는 것보다 걸어서 다니거나 아니면 역 앞에서 자전거를 렌트해 돌아다니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그래도 버스를 타려면 아스카역(飛鳥驛) 앞에서 아스카(飛鳥)행 카메버스를 타면 된다. 자전거 여행과 관련해서는 아스카 역 광장 일대에서 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작고 아담한 아스카 일대를 하이킹코스로 삼아 둘러봐도 좋다. 꽃이 만개하는 봄과 단풍으로 더욱 운치를 더하는 가을이 되면 아스카 일대는 하이킹코스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역 주변은 물론 여행지 곳곳에 자전거를 렌트해주는 곳이 여럿 있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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