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이 무색해질 만큼 연일 계속되는 동장군의 맹위 속에 출근길 종종 걸음은 더욱 움츠러든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찬 기운을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중국 북부의 차가운 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하강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맹추위도 입춘이라는 절기에 꺾여 점차 수그러지더니 멀리 남도에서부터 동백꽃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제주에서 여수 오동도를 지나 서천군 마량리까지 서너 달을 쉼 없이 달려올 동백의 자태가 떠오른다. 계절의 순환이 시작되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시기이다.

봄과 함께 어김없이 다가오는 산불. 전국에서 매년 축구장 28개 면적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다. 산불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과 그에 따른 예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겨울을 잘 버텨낸 아름다운 산을 보호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할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산불 발생의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라는 것은 통계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 10년 간 3-4월에 충남에서 발생한 102건의 산불 중 입산자 실화는 42%, 쓰레기 소각부주의는 26%로 전체 산불의 68%를 차지한다.

특히 농번기가 시작되는 봄에 논·밭두렁을 태우려다 산으로 옮겨 붙는 경우도 다반사다. 병해충을 없애고자 놓은 들불이 해충보다는 거미 등 이로운 벌레를 더 많이 없앤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홍보를 통해 알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습관적으로 해왔던 들불 놓기를 멈추지 못하는 농심이 야속하기만 하다. 마을단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공동소각하면 좋으련만 `잠깐 태우고 말지 무슨 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 즉 안전불감증이 빚어 낸 대형 인재가 멈춰지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산불은 국민들의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산불 예방과 감시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는 허가 없이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각종 쓰레기를 소각하지 말아야 하며 입산 통제구역이나 폐쇄된 등산로의 출입 금지, 입산 가능 지역에 입산할 경우 라이터·버너 등 화기나 인화물질도 소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산은 인간의 방식이 아닌 자신들의 방식으로 관리되고 발전하기를 원한다. 산이 지구의 기상이나 환경에 기여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나무 한그루가 숲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나무가 모여 숲이 되고, 그 숲이 인류를 유지시켜 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산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산의 혜택을 누려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산을 소중하게 여기고 온전하게 그 가치를 후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산에 나무를 심는 것에 앞서 산에 불이 나지 않게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산에 대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문경주 충남도 기후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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