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북한은 모두 사회주의 국가이다. 또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우리 수출비중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중진국 수준에 진입하였다. 뒤늦게 경제개발에 뛰어든 베트남도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인 감독을 영입해 국제축구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준우승을 할 정도로 국운이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국제사회의 문제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우리와 피를 나눈 북한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가?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40여년 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일구어냈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불완전한 봉합으로 유발된 모순을 껴안고도 세계 최강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서구가 수세기에 걸쳐 이룬 산업화를 불과 40여 년만에 70% 수준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또 서구는 선거를 통한 집권당의 교체를 최선의 정치체제로 평가하고 있으나, 중국은 70년째 1당이 지배하고 있는 데도 지난 반세기 동안 빈곤을 퇴치한 지구촌 인구의 80%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의 국가시스템은 경쟁과 실력주의를 근거로 한다. 8000만 명의 공산당원 중에서 혹독한 성과 평가와 동료들의 신망을 얻어야 90만 명의 처장을 거쳐 4만 명의 국장 반열에 오른다. 이들은 또다시 200:1의 적자생존을 뚫고 중앙위원에 선발되어 평균 700만 명을 이끄는 국가급 리더가 된다. 이제 본선에서 지방성장이나 국영기업 사장으로 살아남아야 정치국원(25명)과 상무위원(7명)이라는 지도자에 오를 수 있다.

베트남은 어떤가? 1986년 경제개혁을 지향하는 도이모이(Doi Moi)정책을 채택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국가의 미래가 보이자 외국자본과 기술이 앞 다투어 유입되었다. 정부는 계획경제와 규제의 낡은 틀을 내려놓고 시장의 힘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혁신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또 2013년부터 주석·총리·장관에 대한 신임 투표제를 도입해 누구도 역량평가를 피할 수 없는 경쟁구조가 자리 잡았다. 그 결과 2017년 경제성장률이 7%에 가까운 고공행진을 지속함으로써 공산정권 하에서도 포스트 차이나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휴전선 북쪽은 어떤가? 핵 개발에 국력을 소진하고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져 있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면서도 체제 선전과 무력시위에 열을 올릴 뿐 미래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빈곤과 절망은 사회주의나 1당 지배체제가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세습권력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권력자는 퇴장하고 후임자가 국가노선을 재정립하면서 한걸음씩 전진해 왔다. 또 중국에서 선친의 뒷배에 힘입어 온갖 특권을 누린다는 태자당 출신이 미국이나 일본의 정치세습 비율보다 낮다는 주장은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세습권력자 김정은이 북한의 덩샤오핑이라 불리던 장성택을 제거하면서 중국식 발전모델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는 중국과 베트남의 지도자들이 누구도 치열한 경쟁과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점과 뚜렷이 대비된다. 우리나라의 2030세대가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회를 쟁취하는 평범한 논리가 침해당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가든 개별조직이든 기득권층이 권력을 농단하고, 성과보상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경쟁과 창의를 앞세운 경제개혁에 힘을 쏟음으로써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하기를 염원해 본다. 임호열 한국동북아경제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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