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규칙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10년의 규칙이란 바이올린, 수학, 체스 등 어떤 분야든지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대략 10년 동안 연습에 전념해야 한다는 규칙을 말한다. 그럼 천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가 흔히 천재하면 떠올리는 모차르트는 곡을 한 번만 듣고서도 완벽하게 악보에 적을 수 있었다고 하니 그에게 10년의 규칙은 가소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차르트와 관련된 믿을만한 이야기가 있다. 모차르트도 여섯 살 생일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공부한 시간이 3500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하루 4시간씩 계산하면 800일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다. 대부분의 신동은 수학과 피아노와 같은 명확하고 논리적인 규칙이 특징인 좁은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연구가들은 신동은 대부분 재능을 나타내기 전에 많은 시간 동안 해당 분야에 노출되는 분위기에서 자랐을 것이라고 추론하면서 자라온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천재의 전문성은 강박적으로 심층연습에 몰 두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즉 천재는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세포를 갖고 있지만 완벽에 대한 갈망이 강박적이라는 설명이다.

모차르트 말고도 천재들에 대한 얘기는 넘쳐난다. 영미문학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19세기 귀족사회와 여성의 강렬한 주체적 삶과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으로 샬롯은 영국문학사상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샬롯의 생애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던 전기 작가들의 생각은 상당히 달랐다. 샬롯의 초기 작품에 나타나는 막무가내 식 글쓰기, 오싹할 정도로 엉망인 맞춤법과 눈에 띄는 미숙한 사고의 흐름과 같은 요소들 때문이었다. 샬롯은 글쓰기의 재능을 타고난 탁월한 천재라기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캐릭터를 구상하고 창조했으며 서사의 근육을 만들어냈다. 이런 사실을 들추는 것은 샬롯 브론테를 평가 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모방에 엄청난 양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쏟아 부었기 때문에 위대한 작가가 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예술 영역에서도 연습은 중요하다. 피렌체는 장인길드라는 강력한 사회현상이 발생한 진원지였다. 길드가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했던 역할은 인재 양성이었다. 길드는 도제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도제는 기초적인 기술부터 배우기 시작하여 실무위주의 가르침을 받았다. 미켈란젤로는 여섯 살부터 석공 기술자의 집에서 망치와 정을 다루는 기술을 시작으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많은 스승들로부터 기술을 연마했고, 불과 24세에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스러운 형상의 <피에타>를 조각하게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예술가들의 작업시스템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은 `도제 시스템에 들어가면 오랜 기간 훈련은 물론 협동작업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평범한 아이들도 도제기간을 거치면서 높은 수준의 예술적 기량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얘기는 순수한 천재라는 것도 없고, 누구나 실수를 바로잡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연마하다보면 위대한 예술작품의 제작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소설가, 운동선수들도 하루에 보통 4시간이상 해당분야에서 심층연습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 신경과학자들에 의하면 `모든 기량, 언어, 음악, 동작은 살아 있는 회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회로는 특정한 규칙에 따라 증식 된다`고 주장한다.

그 특정한 규칙이란 다름 아닌 끊임없는 연습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일찍이 `탁월함은 연습`이라 주장하며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신비감에서 벗어날 것을 설파한바 있다. 이제 평화·화합·치유의 상징이 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 시간 올림픽을 준비해온 국가와 선수 개개인은 공통의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훈련도 견뎌내었다. 그 극복의 저력은 훈련에 임한 선수들의 공통된 마음가짐에 있었다고 본다.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고 자만하지 않았고, 수천수만 번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기량을 연마하며 불굴의 투지로 이겨냈다. 그 자체로 인간 승리의 숭고함이며, 이 숭고함은 노란 메달보다 더욱 강렬하게 세상에 빛을 발하리라. 맹주완 아산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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