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애통함으로 가득하다. 수십 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그 원인이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사상자는 190여 명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해 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참사이기에 그 충격은 배가되고 있다.

특히 세종병원에 화재 초기 대응을 위한 스프링클러가 설치 돼 있지 않았고 무단 증축 등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서 의료기관의 안전 문제가 연일 화두가 되고 있다. 만약 세종병원에 관련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피해 규모가 이보다는 작았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세종병원과 명확하게 비교된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직원들이 화재 대응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 덕분에 단 한명의 피해도 나오지 않았다. 평소의 준비가 유사 시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 지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종병원 화재 이후 관계 기관들은 의료기관 등의 소방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대전시 또한 요양병원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52개소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37개소에 불과했다. 15개소의 요양병원은 세종병원과 같이 화재에 취약한 셈이다.

하지만 일선 의사들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2014년 장성의 한 요양병원 화재 이후 법적 기준이 강화된 요양병원보다 규제가 덜 한 병원급 의료기관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정부에서 마련한 기준을 충족하고 의무적으로 의료기관 인증을 받아야 한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인증 신청 자체가 자율이다. 지난해 기준 지역 내 총 41개의 병원급 의료기관 중 인증을 취득한 곳은 단 두 곳이다.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병원들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서야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의료기관의 화재 등 재난대응에 대한 점검을 벌이는 데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다시는 생명을 살리는 의료기관에서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취재2부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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