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8시 48분 6초에 달의 일부분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기 시작했다. 개기월식은 오후 9시 51분 24초부터 11시 8분 18초까지 지속됐다. 부분월식은 자정 넘어 1일 0시 11분 36초까지 진행됐다. 이날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35년만에 개기월식과 블루문, 블러드문, 슈퍼문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 우주쇼를 즐겼다. 불과 100년만에 공포의 대상이 탄성의 대상이 됐다.

1952년 런던에서 출간된 정인섭의 `한국의 설화(Folktales from korea)`에 실린 `불개(The fire dogs)`에는 일식과 월식과 관련된 민담이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1912년 언양에서 채록된 것으로 1900년대 초 민간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줄거리는 옛날 하늘에는 여러 나라들이 있었고 그중 칠흑같은 어둠 속에 살아가는 `가막나라`가 빛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이다. 이 나라 임금은 나라가 어두운 것을 걱정해 사나운 불개를 불러 해와 달을 훔쳐오라고 했다. 불개는 해를 입으로 물어 삼키려 했지만 너무 뜨거워 금세 뱉어내고 만다. 임금은 빈 손으로 돌아온 불개에게 화를 냈고 더 사나운 불개를 보내 달을 훔쳐 오라 했다. 그러나 달은 너무 차가워 오래 물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두번째 불개도 포기하고 되돌아왔다. 임금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불개를 계속 보내곤 했다. 해와 달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과 개기월식은 제법 강단 있는 불개를 보냈을 때고 약한 녀석들은 부분일식과 부분월식을 만든다.

일식을 개와 관련 지은 건 동양만이 아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늑대의 신 펜리르가 등장한다. 신화는 펜리르의 아들 스콜이 태양의 여신 솔을 집어삼키고 펜리르의 또 다른 아들 하티 흐로드비트니손이 달의 신 마니를 집어삼키고, 하늘의 별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과학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들은 불길한 징조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가득하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낼 미래는 아직 불분명하기에 어떤 이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더욱 이해하고 잘 받아들일수록 또 다른 쇼를 즐기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이용민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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