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나들이]

공동정범
공동정범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이후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철거민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원인 모를 화재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동료와 경찰관을 죽였다는 죄명으로 범죄자가 됐다. 반가움도 잠시,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서로를 탓하며 잔인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 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작 `두 개의 문`이 경찰 특공대원의 진술, 수사기록, 법정 재판기록, 채증 영상 등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용산참사의 진실을 재구성하는 작품이었다면, 후속작 `공동정범`은 지금껏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참사 이후의 시간에 주목한다. 같은 소재를 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개의 문` 스핀 오프로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망루에서 함께 살아남은 이들의 엇갈린 기억을 쫓으며 개인의 삶에 파고든 국가폭력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혁상 감독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영화의 전체 방향이 대폭 수정됐다고 밝혔다.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원망하면서 비수 같은 말을 쏟아내고 자신 스스로마저 의심하고 자책하게 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선사하지만 더욱 명백하게 국가폭력의 부조리를 경험하게 한다. 두 감독이 `마음의 참사, 관계의 참사`라고 표현하는 용산참사 그 이후의 시간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다뤘는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았을 때 피해자들은 어떤 피해를 입는지를 돌이켜 보게 된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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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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