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미술관의 뒷모습(다카하시 아키야 지음·박유미 옮김)=유명한, 혹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회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최근 들어 무명 작가여도, 낯선 주제인데도 전시회를 찾는다. 이런 경향은 미술을 알고 싶은 진지하고 적극적인 지적 호기심이 발동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시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전시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개최되는지, 미술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사실 알고 싶어도 미술관 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는 한 자세한 사정은 알기 어렵다. 미술관 업계에서 35년을 일해온 이 책의 저자는 미술관 운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관의 여러 모습을 정리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장석영 지음)=언론인이자 교수이며 한국문인협회 시인이자 서예가이기도 한 작가가 신앙고백과 성스러움의 시, 절제된 시어와 은유를 통해 사랑에 대한 인식을 시집에 담았다. 절제된 언어로 감정이 극도로 배제된 이미지는 작가의 작품의 한 축에서 시의 음악성으로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모티프를 `사랑`이다. 그것은 대때로 인간적인 사랑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모티프는 기독교적 사랑이라는 점에서 종교적 지평에서 성취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 시집 `입술을 열면`(김현 지음)=이 책은 악(惡)과 위악(僞惡)이 낮과 밤처럼 연속되는 우리의 사회현실에 대한 시인의 담대한 저항이자 이 상황을 함께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민낯을 오래 바라본 다정의 기록이다. 김현을 두고 `리얼리스트` 또는 `참여시인`이라는 익숙한 명명을 떠올릴 수도 있다. 아니 이런 명명법이 아니면 그와 그의 작품을 온전히 설명해낼 도리가 없다. 다만 시인은 구호가 아닌 부호로, 가르침이 아닌 보여줌으로, 계몽이 아닌 전위로 우리에게 새롭게 온다.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황선미 지음·노인경 그림)=한국의 대표적인 동화작가인 작가가 어린이 주변 관계에 대해 다룬 관계 동화 두 번째 이야기다. 할머니와 손자 기훈이의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를 통해, 조부모와 손주라는 관계에 대해 들여다본다. 당당하지만 아직 어린 열세 살 기훈이와 비밀을 간직한 할머니가 여러 사건을 겪으며, 가족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할머니의 수상한 행동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등장.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복잡하게 꼬여 버린 상황 속에서 주인공 기훈이가 어떻게 대처하고 풀어나갈지, 함께 지켜보자.

◇황야의 헌책방:모리오카 서점 분투기(모리오카 요시유키 지음·송태욱 옮김)=도쿄 긴자에는 `한 권의 책을 파는 서점(一冊, 一室)` 모리오카 서점이 있다. 5평 작은 공간에서 엄선한 한 권의 책과 함께 전시회를 열어 늘 화제를 낳는다. 현재의 모리오카 서점 긴자점을 열기 전, 모리오카 요시유키는 진보초 고서점에서 8년간의 수업시대를 거쳤다. 독립하여 사진 전문 헌책방을 냈으나 한동안 황야에 선 것 같은 어려운 시기를 감내해야 했다. 이후 갤러리, 스튜디오, 서점 큐레이션 등 다양한 시도와 협업을 통해 행보를 넓혔으며, 현재 국내외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황야의 헌책방>에는 고서점과 인연을 맺게 되고, 여러 난관을 헤친 끝에 대안 서점의 기수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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