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걸려 온 전화의 주인공은 장인어른이셨다. "박서방 비트코인이 뭐꼬? 그거 좀 사야겠는데…어떻게 하면 되나?" 저녁모임을 파하고 돌아오시는 길에 조바심 섞인 목소리로 궁금해 하시는 장인어른의 장면이 눈에 그려졌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통화가 모임의 이슈가 되었을 테고 그 중 몇 분은 돈을 벌어 어깨에 힘주고 무용담을 들려주었을 것이다. 이런 장면은 어르신들 모임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등록금, 아르바이트비 등을 운용했다는 뉴스는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장인어른에게는 지금은 계좌개설도 어려우며 투자한다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지금의 가상통화는 16세기 중반 `튤립버블`이 연상됐다. 네덜란드의 귀족과 성공한 상인들은 고급스러운 정원을 가꾸기 위해 튤립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꽃봉오리가 왕관을 닮은 동방에서 가져온 이국적인 명품에 대한 동경과 희소성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곧이어 튤립가격이 더 오르자 차익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사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너도나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굴뚝청소부도 튤립투기에 나서면서 가격은 파죽지세가 돼 거침없이 올라 튤립 한 뿌리의 가격이 집 한 채 가격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곧 튤립가격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그 피해는 광풍에 휩쓸린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이러한 금융거품은 미국나스닥 정보기술주 거품과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사적으로 계속 반복돼 오고 있다. 킨들버거 교수는 통화 및 신용팽창으로 과도한 낙관이 생겨 투기적 광기가 발동되면 패닉이 발생하고 자산가치가 급락해 신용이 축소되고 거품이 붕괴되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인간의 탐욕이 금융위기의 근원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가 되어가고 있는 현재와, 다가오는 4차 산업시대를 맞물려 보면 블록체인 기술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기존 중앙화 된 정보기술시스템과 권력이 가진 부작용을 해결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보안 분야 필수 기술로써 `분산식 장부`로 표현된다. 한번 생성된 시스템은 수정, 변형이 불가능해 위·변조가 불가해 참여자의 신뢰구축에 유리하며 효율적 비용으로 관리가 가능해 미래의 여러 산업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투자와 막연한 기대감에 의한 투기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가상통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안문제와 횡령가능성을 경고하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했다. 늦은 감이 분명 있지만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는 가상화폐의 파랑(波浪)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즉,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하는 가상통화의 파랑(波浪)이 잠잠해지고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 제 구실을 하기 까지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 박대범 NH농협은행 탄방동지점 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