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박순희 교수와 제자들의 선물

오지희 교수
오지희 교수
스승의 참됨은 제자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박순희 교수와 제자들의 선물`이란 제목으로 지난 4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충남대학교 박순희 교수 정년퇴임음악회는 스승의 진면목이 제자들의 작품으로 입증된 음악회였다. 스승의 보람이 제자의 성장에 있지 않고 단순히 자신의 음악적 성취에 머물렀다면 예술가로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가치는 찾기 어렵다. 박순희 교수는 자신이 가는 길에 아낌없이 제자들을 끌어들여 스승의 역할과 음악가로서의 행보를 모두 이룬 작곡가다.

7명의 제자들이 스승을 위해 꾸민 음악회는 정갈하지만 충만했다. 단 한 사람도 음악적으로 허술한 구성을 보이지 않았다. 전자기타와 바이올린, 클라리넷과 피아노라는 이질적 요소의 융합으로 모았다 흩어지는 빛의 신비를 잘 표현한 이성무의 조화로움, 현악기로만 시선이 지닌 동시적이며 독립적인 요소를 개성있게 드러낸 이원희의 감각, 첼로와 피아노 악기 특성을 이용해 부드러움과 강함의 대비를 정교하게 추구한 강성철의 기교는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20세기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의 음색을 연상시키는 밝고 깨끗한 울림으로 명쾌한 균형감을 선보인 정은석의 음색, 시인 이상의 시로 격정성과 서정성을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요소로 탄탄하게 구성한 김주원의 노래, 트롬본을 중심으로 영원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드러난 김성민의 울림, 그리고 현악기의 독특한 주법으로 인간의 감정을 악기로 대변한 박소라의 작품은 독창적인 구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침내 트럼펫의 크고 작은 음향효과가 치밀하게 대조성을 이루며 감정의 극적 변화를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게 표현한 박순희 교수의 작품이 피날레를 장식하며 음악회의 방점을 찍었다.

그렇다. 그들 모두는 한평생 창작과 교육에 헌신한 스승에 대한 오마주로 자신의 작품을 헌정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실제 작품활동과 연결되지 않았다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을 것이다. 그러나 무대 위의 제자들은 작품을 통해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입증했을 뿐 아니라 작품의 탄탄한 구조로 스승의 가르침이 유의미한 열매를 맺었음을 또렷이 보여주었다. 따라서 박순희 교수 퇴임음악회가 남긴 의의는 결과적으로 현대음악이 가야할 길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 시대 모든 작곡가들의 음악적 사유와 지역음악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대전 창작음악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제자들이 일군 결실이 스승을 빛내 준 진정한 퇴임음악회로 기억될 것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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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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