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우 개인展 2월 7일까지 모리스갤러리

오이코스_강아지풀과 방가지똥 31.8㎝×40.9㎝ 비단에 채색과 금박 2017
오이코스_강아지풀과 방가지똥 31.8㎝×40.9㎝ 비단에 채색과 금박 2017
"나와 맞닿은 풀잎/ 나를 감싸고 올라가는 덩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이들과의 스침으로 마음 속 깊이 아릴 때가 있다." -작가노트 中

풀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성민우 작가의 개인전이 2월 7일까지 모리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오이코스(Oikos)`의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서 작가는 풀로 인간의 존재론적인 외로움을 형상화 하고 있다. 오이코스 사전적 의미는 공적 영역으로서의 폴리스에 대비되는 사적 생활단위로서의 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그러나 이후 이 단어는 주로 종교적인 무리를 지칭하는 이름이 됐다. 작가가 말하는 오이코스는 비록 피를 나누거나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도 서로 정서적으로 그리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의지하는 풀 무리이다. 작가는 생명의 근원지인 이 오이코스로 인간 삶의 터를 그려낸다.

자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어느 날 주변에 흔하게 자라는 일년생 풀들로 옮겨진 뒤 풀은 가장 좋은 작품의 소재이자 동지가 됐다.

작가는 풀과 인간을 `관계의 생태`로 묶는다. 인간 간의 관계가 있듯, 풀들도 서로를 의지한다. 그리고 그 관계는 마치 핏줄과도 같은 잎맥으로 작품 속에서 표현된다. 그저 한 존재만은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서로 끈끈하게 연결돼야만 하는 관계로 이루어지는 생태이다.

인간이 온전히 혼자일 수 없듯이, 풀들 역시 척박한 땅에서 움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의지해야 할지 모른다. 이런 모습은 척박한 아스팔트 한 귀퉁이,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비좁은 공간에서 풀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나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풀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그 누구보다 끈끈한 소통을 하게하고, 작가가 화폭에서 풀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듯이 풀 역시 화폭에서 자신의 오이코스를 이뤄달라고 작가에게 요구하는 듯하다. 작가는 비단을 바탕재로 해 전통적인 이금기법을 변용한 채색기법으로 풀을 그린다. 이러한 새로운 표현적 시도는 작가가 만들어낸 오이코스가 완성된 하나의 세계가 아니며, 생성 중인 다양한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오이코스 안에서 나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보호받고 헌신하며 살아간다"며 "나를 둘러싼 세상인 풀숲, 오이코스는 가끔 나를 옥죄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곳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고 그곳에서 삶을 지속한다"고 말한다.

작가 성민우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미술교육학을 공부했다. 2003년 첫 번째 개인전 `나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5회의 개인전과 120여 회의 기획, 단체전에 참여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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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코스_첫사랑II 90.9㎝×72.7㎝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7
오이코스_첫사랑II 90.9㎝×72.7㎝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7
오이코스_6월의 부케 116.8㎝×91㎝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7
오이코스_6월의 부케 116.8㎝×91㎝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7
오이코스_첫사랑 116.8㎝×91㎝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7
오이코스_첫사랑 116.8㎝×91㎝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7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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