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그럼에도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치켜세운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란 옛말도 있지 않던가. 승승장구하던 이의 삶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인기나 명성도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것을 우리는 공공연하게 접할 수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탄생과 더불어 예비된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고대 로마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로마제국의 전성기에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군들은 자주색과 황금색의 의전용 의상에 월계관을 쓰고 얼굴에 붉은 칠을 하고는 전리품을 자랑하며 로마거리를 행진했다.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에게 경의를 표했는데, 그때 노예 한 사람이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장군의 귀에 무언가를 계속 속삭였다. 이때 노예의 말이 바로 "메멘토 모리"였다. 언젠가 당신도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한 순간 승리에 도취한 장군들이 자만심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한 설정이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언론을 담당하는 관아인 사간원이 있었는데, 이는 왕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직언을 하는 자리였다. 왕이 간신들의 계략에 현혹되지 않고, 올곧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그들이 목숨을 걸고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이 적폐세력으로 낙인찍히고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 이유가 주변에 간신들만 들끓도록 한 우를 범한 나쁜 예로 꼽을 수 있겠다.

정곡을 찌르는 말,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듯이 충고는 듣는 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게다가 삶의 즐거움과 기쁨이 한껏 무르익은 상황에 최악(죽음)의 순간을 떠올리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처사인가.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담담하고 겸허한 자세로 처신해야 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전능하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아도취나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도록,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타인의 말에 귀 기울임으로써 부단한 자기점검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멘토 모리!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늘 최후를 염두에 두자. 김채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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