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할 때 아이들 집중시키려면 스티커나 사탕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근데 요즘 어머님들 아이에게 사탕을 주면 싫어해서, 유치원에서 아예 사탕을 못 주게 하는 곳이 많거든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특이한 스티커만 보면 무조건 구입한다는 엘리 선생님은 유아교육기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3년차 선생님이다. 호주에서 10년을 넘게 공부하고 살았기에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능력 있는 강사이지만, 10명~26명의 꼬마들을 가르치는 일은 여전히 큰 도전이라며 가끔은 20분 수업이 20시간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했다.

모든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은 `동기부여`이다. 성인들은 성적, 취직, 생계라는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이유들이 동기가 되어 비록 힘들어도 인내하며 학습에 집중할 수 있지만, 유아에게 엄마나 선생님이 만들어 주는 이유들이 학습에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게 되는 내적 동기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유아영어 강사뿐 아니라 홈스쿨링을 진행하는 엄마들이 기억해야 할 유아들의 학습 동기유발을 위한 긍정적인 피드백의 원칙은 무엇일까?

몇 년 전 미국의 한 유치원에 견학 갔을 때 복도 한 켠에 붙어 있던 게시판 하나가 인상적이었다. `Give me a sticker and I will do my very best for a few minutes. (제게 스티커를 주세요. 그러면 몇 분 동안은 제가 정말 최선을 다할게요.) Give me a warm smile and I will do my every best for a little while. (제게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세요. 그러면 제가 잠시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할 거예요.) Give me encouragement and I will do very best forever. (절 격려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오랫동안 최선을 다할 거에요.) Give me the experiences that help me believe in myself and I will do my very best forever. (제가 제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경험들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면 평생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으로는 그저 그렇게 보이는 세상이 온통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 투성이라고 느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의 이런 생기발랄하고 창의적인 호기심을 존중하고 잘 끌어내기만 하면 모든 아이는 그 어떤 학습도 흥미를 가지고 재미를 느끼며 몰입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가운데 집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스티커나, 과자, 선물 등과 같은 Positive feedback(긍정적인 보상), 또는 "지금 엄마랑 영어책 안 읽으면 핸드폰 못 보게 할거야" 와 같은 협박(?)과 다름없는 Negative feedback(부정적인 보상)은 비록 순간적인 효과가 클 지언 정 결국 아이의 배움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제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살던 지식중심 시대가 아닌, 지식을 재창출하며 지식을 이용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가야 한다. 과거에는 `Yes-No Questions(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문제)`에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며 많은 대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인재였다면 이제는 절대 아니다. 알고 싶은 지식은 검색 하나로도 금방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대의 우리 아이가 키워야 할 능력은 "왜?", "어떻게"를 고민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스스로 알아내고, 그 모르는 것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지 찾아내고, 그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며, 우리 엄마와 교사는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아이가 그런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큰 아이가 6-7살 정도 되었을 때였다. 동물들이 나오는 스토리 북을 읽다가 그림에 나온 고래를 보면서 내가 문득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

"Why do whales jump out of the water?"(왜 고래가 물 밖으로 점프할까?) 그냥 무심결에 던진 질문이었는데, 아이는 갑자기 그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고 읽던 책을 덮고, 나와 함께 일주일을 고래만 찾아 다녔던 적이 있었다. 수영장에 가서 고래처럼 해보기도 하고, 수족관에 가서 고래도 보고,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고래를 다시 찾아 보기도 하고… 난 당시 처음에는 스토리 북에 나왔던 단어와 다양한 표현법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결국 아이와 일주일 내내 고래사랑에 빠져 정말 귀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비록 내가 목표했던 단어와 문장을 가르쳐 주지는 못했지만, 딸 아이의 학습태도와 나 자신의 교육관에도 큰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이었다.

"그거 진짜 알고 싶네", "그거 내가 할 수 있어", "이것을 내가 했어", "저것도 하고 싶네", "우리 같이 해볼까?" 이런 소중한 경험들을 선사할 수 있는 학습환경이나 생활환경을 아이에게 제공해 준다면 그것이야 말로 아이가 평생 동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며 배움을 스스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될 것이다.

유아영어교육전문가 Susan Hong(수잔쌤 홍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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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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