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생의 행로에서 온갖 고난에 부딪히고 좌절할 때마다 다시 일어나 도전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어려울 때 용기를 주고 고단한 삶을 헤쳐 나갈 원기를 준다.

그러나 근거 없는 `헛된 희망`은 위험하다. 심리학에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란 자기가 믿고 싶은 사실만 인정하고 받아들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고 경향을 의미한다. 그리스 도시국가였던 멜로스의 소멸이 그러한 예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기간에 멜로스의 시민들은 굴복하든지 아니면 죽음을 택하라는 아테네 장군들의 최후통첩에 대해 막연한 행운과 신의 도움을 믿고 싸우다가 멸망했다. 냉엄한 현실을 외면하고 헛된 희망에 의지하여 비극적 결과를 자초했던 것이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희망`과 `희망적 사고`가 교차하고 있다. 우리의 희망은 금번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에 대화를 재개하고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북미대화의 기회를 마련하고 6자회담을 정상화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모색했던 것처럼,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바라는 모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희망적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확실한 근거 없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하다. 국가의 안보전략은 상대가 누구인지 실체를 규명하고 상대의 의도를 식별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평창올림픽에 기대를 갖더라도 과연 북한이 누구이고 어떠한 의도로 올림픽에 참가하려 하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이 우리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좌절을 가져올 것인지를 판단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평창올림픽에 즈음하여 북한의 긍정적 변화 가능성을 상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북한은 철저하게 김정은 1인 지배체제 하에 있는 독재집단으로 정상적 통치행위나 이성적 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대이다. 국제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주민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마저 거부하고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려는 의도도 미심쩍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의 최종 단계에서 시간을 벌고, 한미동맹 균열과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무는 `손자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부전승`을 최고로 꼽았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하나는 적의 계략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적의 동맹을 끊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국제사회의 대북전략을 무력화하고,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약화시키려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노동신문`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예술의 위력은 천만 자루의 총이나 수천 톤의 쌀로도 대신할 수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에 보내는 삼지연 관현악단은 우리 국민들에게 민족적 동정심을 호소하며 친북반미적 성향을 부추기려는 고도의 심리전 예술단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 진정한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북한의 전략에 놀아나지 않으면서 북한에 대해 역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너희의 실체와 의도를 알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게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공동번영의 길로 나오든지, 아니면 고립과 제재의 굴레 속에서 체제 위기를 맞든지 선택하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1938년 뮌헨회의에서 유럽국가들이 취했던 유화정책(appeasement)은 히틀러의 호전적 행태를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야기했던 것처럼,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은 더 과감한 도발의 기회를 주게 될 뿐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박창희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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