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구직자라면 어떤 직업이 맞을까? 개인은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 직업을 선택한다. 즉 미래에 좀 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소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경쟁력이 있는 직업을 준비하게 된다. 물론 개인의 선호에 따라 수요가 많지 않고, 기대소득이 적거나 경쟁력이 있지 않더라도 천직을 찾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일반적이지는 않다. 국가도 세계라는 사회에서 그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국가에 있어 직업은 산업이 될 것이다. 즉 세계에서 수요가 많고, 경제에도 높은 기여가 예상되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그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지 않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즉 수출입을 통해 경제가 유지되고 있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인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향후 50년까지도 우리나라는 무역이 경제성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국가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없으면, 생존까지도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로 가는 비행선이 없는 현재로선 이러한 예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어렵다. 경제가 나빠서라기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을 높이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는 조만간 인구가 줄어들고, 일할 사람이 줄며, 노령화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높은 교육을 받은 인력이 많이 배출되는 국가인 우리나라는 이들이 원하는 고급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

산업의 변화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과거와 같이 노동이 중심인 산업으로는 성장이 어려워 보인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의 사람으로 많은 소득을 얻는 산업이 우리나라에 적합할 것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를 가장 많이 올린 것이 서비스업으로 59%에 달한다. 이미 우리나라를 제조업 중심의 국가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제조업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선산업이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중국에 밀리고 있다. 제조업의 방향도 거대 장치가 동원되는 완제품보다는 고부가가치 기자재를 생산하거나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 즉 앞으로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하더라도 그 가치를 올리거나 무형의 가치로 경제에 기여하는 서비스업과 같은 직업이 늘어야 산업이나 인구구조에 맞아 보인다.

주목해야 할 산업이 하나 있다. 서비스업 가운데 외국과의 거래에서 벌어들인 것과 쓴 것을 나타내는 국제수지를 보면, 운송산업이 벌어들인 것이 29%를 차지해 관광으로 벌어들인 것보다 11%나 많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서비스업이 운송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운송은 생활 속에서 일반인들이 잘 알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왜냐하면, 홈쇼핑 물건을 배달하거나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 등은 국내운송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한 해외에서 소득을 벌고 있는 운송은 뉴스에서나 우리가 본 적이 있다. 항만 내에서 커다란 컨테이너선박에서 컨테이너박스를 싣고 내리는 장면이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때 방송이 되곤 했다. 이른바 해운업이라는 것이다. 과거 한진해운이라는 대형 해운기업이 파산되면서 언론에서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직업을 택한다면 해운업도 좋은 선택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해운업은 일할 사람이 많이 요구되지 않는 산업이다. 적은 인력으로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해운업은 수출입 무역을 위한 국제운송의 대표적인 수단으로서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의 산업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제조업도 갖추고 있고, 해운업도 발달한 독일은 단순히 운송에 그치지 않고 해운업을 선박금융까지 연계해 경제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육성해왔다. 대표적인 서비스업인 해운업과 금융업을 모두 갖춘 것이다. 해운업은 자율운항선박, 블록체인 등 최근 혁명으로 일컫는 4차 산업과도 매우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가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지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국가의 직업은 개인의 그것과 달라 단순히 자아실현을 위해 또는 선호에 따라 그 직업을 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일 KMI 해운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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