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 지역이라는 뜻의 변방은 여러 분야에서 비주류를 일컫는 뜻으로 쓰인다. 최근 스포츠계에서 변방이었던 한국 지도자와 선수가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세계 무대 중심에 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베트남 U-23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한국 축구 지도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박 감독이 처음 베트남 축구 대표 외국인 감독으로 낙점 받았을 때 만 해도 한국인 감독이라는 점 때문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했다고 한다. 축구 지도자 분야에서 한국인 감독은 그동안 변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3개월만에 베트남 대표팀을 국제무대에서 결승까지 끌어올리며 국민영웅으로 등극했다. 그의 도전은 그동안 변방으로 취급받던 한국인 지도자들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한국인 지도자들에 대한 세계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시아인의 한계가 분명했던 국제 테니스 무대에서도 때 아닌 한국인 열풍이 불고 있다. 호주 오픈에서 세계 최정상 선수들을 연달이 무릎 꿇게 하고 4강에 오른 정현 선수 때문이다. 국제 테니스 무대에서 한국은 보이지도 않는 변방 취급을 받았지만 정현선수의 활약으로 세계인들에게 더 이상 한국이 변방이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켜 줬다.

한국 정치사에서 충청권 역시 변방이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을 뿐 한번도 한국 정치사의 주축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 대선에서 충청대망론을 통해 희망을 봤을 뿐 한국 정치사에서 충청은 영호남 패권에 가려진 변방 그 자체였다.

30년만의 개헌 논의에서도 충청권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는 개헌 논의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세종시의 완성이 행정수도라는 점은 공감하고 있지만 행정수도 명문화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행정수도를 명문화해야만 더 이상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의 이유로 들었던 `관습헌법상 수도는 서울`이라는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행정수도 명문화를 추진해야 한다. 여당 일부에서 명문화 대신 법률안으로 위임하자는 주장은 법률안 논의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이 될 소지가 있어 최선이 될 수 없다. 그동안 중앙 정치무대에서 변방이었던 충청이 행정수도 명문화를 실현시켜 중심에 서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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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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